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진수식
알림

[지평선] 진수식

입력
2006.02.03 09:47
0 0

건조된 선박을 처음 물 위에 띄우는 진수식(進水式)은 선박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다. 육상에서 건조된 선박은 물과 만남으로써 비로소 선박으로서의 생명을 얻는다.

이 때 선박에 이름과 선체번호를 부여하는 명명식도 함께 거행한다. 진수식은 여성 주빈이 선박과 선대(船臺)를 연결한 밧줄을 손도끼로 끊는 것으로 절정에 달하는데, 밧줄을 끊는 행위는 태아가 태어날 때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연결된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박은 밧줄을 끊음으로써 선대라는 모태를 떠나 바다라는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 명명식을 포함한 진수식의 기원은 북유럽 바이킹족이 활동하던 중세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킹족은 선박을 새로 건조하면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안전한 항해와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용왕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는 우리의 설화와 다를 게 없다. 유난스레 많은 여신 님프들과 사랑을 즐겼던 포세이돈의 환심을 사서라도 안전한 항해를 바라는 바이킹족의 염원을 담은 의식이었다.

■ 이런 풍습은 근세로 넘어오면서 사라지고 대신 천주교 세례의식이 접목되었다. 선주의 딸이나 부인이 대모(代母)가 되어 새로 건조된 선박을 물 위에 띄울 때 이름을 지어 주면서 샴페인과 꽃술이 든 바구니를 터뜨려 선박의 탄생을 축복하는 행사로 변했다.

여성이 주빈이 된 것은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절 진수식에 여성이 참석하면서부터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물 장식으로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이 애용되었던 것도 바다의 신을 노하게 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 지난해 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조선업체가 세계 톱10에 무려 7개가 포진했다.

조선ㆍ해운 시황 전문분석기관인 영국의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1,06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1위를 고수한 것을 비롯,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5위까지 휩쓸었고 STX조선과 한진중공업도 7, 8위에 올랐다. 일본 업체가 6, 9위, 중국 업체가 10위였다.

1970년 3월 현대건설 조선사업부 출범으로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조선산업은 4년 만인 1974년 1호선의 진수식과 명명식을 가졌다. 그 때는 아무도 오늘의 조선강국이 될 줄 상상조차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조선산업의 획을 긋는 역사적 진수식이었던 셈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