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말은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된다고 한다. 거꾸로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된다고도 한다. 이는 발음과 표기가 일대일로 대응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나무’는 항상 [나무]로 읽고, [나무]로 소리 나는 것은 ‘나무’로 적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꼬체 무를 주얻따]라고 읽은 문장은 발음대로 적으면 그대로 ‘꼬체 무를 주얻따’이지만 실제 맞는 표기는 ‘꽃에 물을 주었다’이다. 이는 한글 맞춤법에서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소리대로 적는 것이 오히려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어서이다. 예를 들어 ‘꽃’에 ‘에, 만, 도’가 붙으면 [꼬체, 꼰만, 꼳또]로 발음되는데 이를 그대로 적으면 ‘꽃(꼬), ‘꼰’, ‘꼳’으로 형태가 달라져서 이 형태들이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가 없다. 반면 ‘꽃에’라고 ‘꽃’과 ‘에’의 형태를 밝혀서 적으면 ‘꽃에’, ‘꽃만’, ‘꽃도’의 ‘꽃’은 모두 같은 ‘꽃’에 다른 요소가 붙은 것임을 알 수가 있어서 뜻이 더 명확해진다.
이는 ‘에’라는 조사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꽃에 물을 주었다’, ‘화분에 물을 주었다’ ‘밭에 물을 주었다’라는 세 가지 문장은 ‘꽃’, ‘화분’, ‘밭’만 다르고 나머지는 동일하다. ‘에’를 밝혀 적으면 이러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고, ‘에’가 장소를 나타낸다는 것까지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꼬체], [화부네], [바테]라고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발음과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도, 어법에 맞게 적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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