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4ㆍ13 총선 공식선거 운동 개시에 맞춰 야권의 개별적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전체 선거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야당 후보끼리의 단일화 논의가 활발해 이번 총선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투표용지 인쇄가 끝나는 4일 이후에는 단일화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에서 요 며칠이 후보단일화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함께 추구하는 가치나 정책의 공감대 없이 이뤄지는 정치 공학적 거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0일 중진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특별초대석에서 지적했듯이 총선마다 1,000만 표에 가까운 사표가 발생하는 것은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순다수 대표 소선거구제에서 비롯되는 제도적 결함이다. 따라서 2,3위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뤄 사표 발생을 줄이는 것은 불충분하나마 현행 선거제도의 결함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중앙선관위의 후보등록 집계에 따르면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수도권 104곳(85.2%)을 포함해 177곳(69.9%)이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다. 이대로 총선이 치러진다면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야당은 궤멸 상태를 면치 못할 게 뻔하다. 어이 없는 공천 갈등으로 상황이 조금 달라지긴 했으나,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도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무성했다. 지지율이 40% 안팎인 새누리당이 60% 이상의 의석을 가져 간다면 민의의 심각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의석이 100석 안팎에 그쳐 정부여당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야당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여당의 일방적 독주로 의회민주주의에도 중대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들은 그런 사태를 바라지 않는다.
물론 선거일을 코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논의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정책 연대 등 최소한의 모양새 갖추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후보 매수 등 불법적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앙당과 개별 후보 간에 입장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정당 사이에는 후보단일화의 손익 균형이 맞지 않아 갈등도 적잖다.
따라서 야권이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투명하고, 지역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일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 기형적 후보단일화나 선거연대 소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에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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