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매장내 일회용컵 금지
환경부와 지자체 집중점검 나서
본보, 서울 커피점 18곳 살펴보니
매장 고객 40여명 모두 일회용컵
“필수 사항 아냐” 규정 모르기도
자발적 협약 업체 단속서 제외
일회용 종이컵 사용 가능 허점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커피 전문점.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계산대 옆에 붙어 있지만,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자 직원은 매장 내에서 마실 건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잠시 뒤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진 음료가 나왔다. 둘러보니 매장 내 30여명 이용객 중 머그컵 이용자는 단 2명뿐. 특히 플라스틱 병에 담긴 과일주스의 경우에도 별도로 제공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이용해 마시고 있었다.
목동에 있는 또 다른 커피 전문점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매장 내 음료를 마시는 40여명 중 머그컵이나 유리잔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시 음료를 주문하자 직원이 물어보는 건 멤버십카드 적립 여부뿐. 매장 내 쓰레기통 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0일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일회용컵을 많이 사용하는 곳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지난 3월 한바탕 몰아쳤던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후속 대책 중 하나다. 폐기물 대란을 막으려면 수거 시스템 개선만이 아니라 일회용컵 등 재활용품 배출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현장 점검에서 일회용컵 사용이 적발되면 계고장을 발부하고, 계도기간이 끝나는 8월부터는 과태료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은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적발되면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5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게 1995년인데 23년 동안 사실상 방치해 오다 이제서야 계도기간을 두고 본격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집중 점검이 예고된 상황이었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한국일보가 이날 서울 시대 18곳 커피전문점을 둘러본 결과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머그컵을 제공한다는 안내를 한 곳은 단 3곳에 그쳤다. 법 시행이 23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단속이 거의 제대로 이뤄진 적이 거의 없어 경각심은 거의 없는 듯했다. 한 매장 직원은 “매장에서 꼭 머그컵을 줘야 하는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여기엔 단속 근거가 되는 자원재활용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적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예컨대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하더라도 먹다가 들고 나가기 위해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한 경우라고 하면 단속할 수 없다. 또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도 일회용품 사용 억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업체들은 단속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 상당수에서도 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플라스틱 컵이 아닌 일회용 종이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것도 환경오염 관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 용산구 한 커피숍에서는 아이스 음료를 주문했는데 여러 개의 종이컵에 담아주기도 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일회용컵 사용이 너무 만연해있어 단기간에 단속한다고 사용이 줄어들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매장에서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는 것부터 매뉴얼화하고 분리배출 활성화 등 업체나 손님들이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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