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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파라치? 내부자 신고ㆍ식당 종업원이 더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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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파라치? 내부자 신고ㆍ식당 종업원이 더 위력

입력
2016.10.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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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신고꾼, 인적사항 잘 몰라”

조직에 훤한 내부 고발자 경계

가까운 식당 피해 먼 곳 가기도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인 2일 서울 서초구 예식장을 찾은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수강생이 현장실습차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란법 신고 포상금은 최대 2억원, 보상금은 최대 30억원이다. 뉴시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인 2일 서울 서초구 예식장을 찾은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 수강생이 현장실습차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란법 신고 포상금은 최대 2억원, 보상금은 최대 30억원이다. 뉴시스

경찰관 A씨는 얼마 전 밤샘 야근을 마치고 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아침 해장국을 먹고 난 뒤 음식값을 치르려다 깜짝 놀랐다. 먼저 식사를 끝낸 다른 부서 동료가 자기 식대까지 함께 계산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허용하는 식사 가액 3만원이 채 안 됐지만 A씨는 경찰서에 돌아오자마자 식사비를 결제한 동료한테 제 밥값을 쥐어줬다. A씨는 “동료한테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식으로 소문 나면 승진 등에 불리할 수 있지 않겠냐”며 “돈을 돌려줬다는 것을 주변 사람이 다 알도록 일부러 액션도 크게 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ㆍ교사 등이 시범 케이스로 적발되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작 법이 시행되고 보니 ‘란파라치’(김영란법 위반 신고로 포상금을 챙기는 전문 신고꾼)보다 오히려 직장 동료 등 내부자의 시선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2일 관가 등에 따르면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과 각 지방자치단체 청사 주변에서는 이미 란파라치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적발해 신고하면 최대 30억원의 보상금(신고로 부정한 자금이 국고 환수된 경우 환수액에 비례해 지급)이나 2억원 이하의 포상금(국고 환수 안 된 경우)을 받을 수 있다. 란파라치들은 관공서가 민원인 편의를 위해 사무실 앞에 붙여둔 직위 표를 촬영, 공무원들의 얼굴과 이름, 직책 등을 미리 암기해둔다고 한다. 관청 근처 음식점 등에서 신고 대상을 식별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직자 신원뿐만 아니라 누가 얼마를 지불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해 란파라치의 신고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런 증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애초 친분이 있던 동료 공무원이나 교원, 학생, 식당 종업원 등이다. 승진 등 인사를 앞두고 경쟁자 비방 투서가 종종 있는 공직자ㆍ교원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김영란법 위반 신고가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다. 경찰에 접수된 첫 신고자도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 건넨 것을 신고한 동료 대학생이었다.

한 고위 공무원은 “란파라치가 공무원 얼굴을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라며 “하지만 같은 조직 내부 구성원들은 서로 얼굴과 업무, 상대방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어 문제되는 경우를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고 말했다. 16년 차 중학교 교사 박모씨는 “승진을 생각할 연차여서 교육청 관계자나 선배 교사들한테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만나서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청탁처럼 비춰질까 동료 교사의 눈이 두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년 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도 “동료 교사가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했다고 투서하면 어쩌나 싶어 학부모와의 만남은 자제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평소 자주 찾는 식당도 불편해진 건 마찬가지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과장급 공무원은 “차를 몰고 자주 안 가던 먼 식당으로 가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단골 식당 직원이 란파라치 정보원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부정청탁 등 부패를 잡아내는 데는 내부 고발만한 방법이 없다”며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해 김영란법 위반 신고자도 보호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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