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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수감자 집사가 된 청년 변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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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수감자 집사가 된 청년 변호사들

입력
2017.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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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줄고 취업난까지 겹치자

수임 대신 구치소 접견 떠맡아

수감자 말동무 해주고 잔심부름

로펌 대표 지시라 거부도 못해

변협, 말단 변호사 등 10명 징계

사법고시에 합격해 몇 해 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A씨. 불황 속 어렵사리 서울 서초동 한 법률사무소에 취직했지만 사건 수임 대신 구치소 접견을 떠맡았다. 소형 로펌의 ‘막변(막내 변호사)’ A씨가 2015년 6개월간 구치소에 간 건 한 달에 30차례 이상, 수감자 접견 건수로 따지면 370여 건에 이른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수감자 십여 명을 오후 5시까지 연이어 만나 말동무를 해주며 노역을 면하게 해주거나 담배, 볼펜 심부름을 했다. 접견에 쫓겨 제대로 된 소송 업무는 손도 댈 수 없었다.

변호인에게 보장된 피의자 접견권을 남용해 수감자의 잔심부름을 하며 구치소 생활에 편의를 봐준 ‘집사 변호사’ 10명이 징계를 받았다. 특히 법무법인 대표의 지시로 접견에 나선 말단 변호사가 많았다. 업계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변호사의 자화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달 2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서울구치소가 통보한 명단에 오른 집사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등 10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접견을 지시한 대표변호사 3명은 정직 처분을, 나머지는 접견권 남용 정도에 따라 과태료나 견책 처분을 받았다. 서초동 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소속 변호사 2명에게 접견을 지시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변협이 집사 변호사를 대규모로 징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변협 관계자는 “과거 일부 고령의 변호사가 사건 수임을 위해 종일 구치소에 앉아 수감자를 만나는 경우는 있었다”면서도 “젊은 변호사들이 대표 지시로 몇 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접견에 나선 건 새로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접견료’가 한 달에 300만원선이라 재벌이 아니더라도 노역을 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손쉽게 이용한다”며 “사건 수임이 어려운 소형 로펌은 접견비라도 받으려고 나서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징계를 받은 10명 중 로펌 대표 지시로 접견에 나선 막내 변호사는 4명, 징계위원회에 오른 13명 중 8명은 사법연수원 38~43기, 로스쿨 1~4기의 20, 30대 청년 변호사다.

이런 현상은 변호사업계의 취업난과도 맞물려 있다. 어렵게 취업하다 보니 부적절한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대형 로펌(김앤장 광장 세종 태평양) 등 10대 로펌의 신규 로스쿨 변호사 채용 규모는 200~250명 수준.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매년 1,500명씩 배출되고 있다. 사법연수원생이 설 자리도 좁아져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6기 209명과 43~45기 25명 등 총 234명 중 군 입대 인원을 뺀 연수생의 취업률은 45%(86명)에 그쳤다.

취업에 실패한 변호사가 늘고 사건 수임이 줄자 ‘별산(別産)제도’라는 영업 형태도 등장했다. 사실상 개업 변호사면서 소형 로펌에 이름만 올려 놓고 그 이름값을 빌려 사건을 수임하는 대신, 사무실 임차료와 직원 월급을 로펌과 공동 부담하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표 지시로 접견을 간 막내 변호사까지 징계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변호사시험 5기)는 “형사 사건을 전관들이 다 쓸어가다 보니 비전관 변호사들은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작다”며 “현재 변호사시장은 편법을 쓰지 않고서는 수임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4대 보험 없이 계약을 맺는 로펌도 많은 상황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대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은 “실제 조사 과정에서 막내 변호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당시 행위가 접견권 남용이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던 이상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접견권을 남용한 변호사 20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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