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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좀비영화 '부산행', 칸의 밤을 공격하다

입력
2016.05.1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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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오른쪽) 감독과 배우 공유가 레드카펫을 나란히 밟고 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상영장인 뤼미에르 극장 스크린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오른쪽) 감독과 배우 공유가 레드카펫을 나란히 밟고 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상영장인 뤼미에르 극장 스크린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00석 규모의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은 세계 최초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소리로 가득 찼다.

13일 밤 11시45분(현지시간)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의 공식 상영이 시작됐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장르적 성격이 강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심야에 상영하는 부문이다. 한국영화로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가 상영된 적이 있다.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부산행’은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탑승한 승객들이 좀비의 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국내에선 저예산영화로만 다뤄졌던 좀비를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담아내 충무로에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흔한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으나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인 연 감독은 결이 다른 좀비를 탄생시켰다. 좀비의 외모와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내 마치 바로 옆에서 공격 당하는 듯한 오싹한 소름을 선사했다. 실핏줄이 선 얼굴에 몸이 뒤틀리고 서로 얽히고 설켜 인간을 공격하는 좀비의 모습은 그 동안 한국관객이 봐왔던 좀비들과는 외형부터 달랐다.

영화 초반은 펀드매니저 아버지(공유)와 어린 딸 수안(김수안)의 소원한 관계를 설명하느라 다소 지루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부산행 KTX를 탄 이후부터 영화는 속도를 붙이며 쉴 새 없이 관객을 몰아쳤다. 생명을 위협하는 좀비와 자신이 속한 열차 칸을 사수하려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지면서 극적 긴장감이 만들어졌다.

제69회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로 공개된 영화 ‘부산행’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NEW제공
제69회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로 공개된 영화 ‘부산행’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NEW제공

후반부로 갈수록 이기주의적 성향을 지닌 아빠(공유)와 남을 먼저 돕는 착한 딸(김수안), 아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예비아빠 상화(마동석), 친구들의 죽음이 믿기 어려운 고교 야구선수 영국(최우식) 등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좀비의 등장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생존자들, 극한 상황에 몰려 이기적으로 돌변하는 인간의 본성,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부성애 등은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부산행’이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킨다. 특히 마동석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경선(정유미)의 남편 역으로 등장해 공유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다. 이날 뤼미에르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마동석이 좀비들과 대치하며 대결할 때마다 박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 감독은 4년 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제65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두 번째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에서 연출력을 인정 받은 데 이어 실사영화로도 남다른 재능을 선보이는 드문 감독이 된 셈이다. ‘부산행’은 연 감독의 첫 번째 실사영화로, 그의 최신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서울역’은 서울역을 배경으로 좀비와 사투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그려낸다. 지난해 제작돼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이날 진행된 ‘부산행’의 상영에 앞선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는 연 감독을 비롯해 공유 정유미 김수안이 참석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부산행’은 7월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칸=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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