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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50일’ 헌재 심판정을 술렁이게 한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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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50일’ 헌재 심판정을 술렁이게 한 말말말

입력
2017.0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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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6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막이 오른 지 50일째.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증인들의 모르쇠 전략과 모순된 발언이 이어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허를 찌르는 재판관들의 질문은 답답함을 가시게 하는 ‘청량제 발언’으로 회자됐다. 근엄한 대심판정을 술렁이게 한 재판관들과 증인, 대리인들의 발언을 모아봤다.

“진검승부를 해보자”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3차 준비기일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아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 재판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에도 각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선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국회와 대통령 측에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절차적 판단은 제쳐두고 본안 판단을 통해 ‘진검 승부’를 해보자.”

“손을 떨다가 실수로 번호를 지웠다”

이달 12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선(39) 청와대 경호관(전 행정관)은 지난해 말 자신이 쓰던 차명 휴대폰에 담긴 특정 번호를 삭제한 ‘특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휴대폰) 잠금을 풀어달라고 해서 조작하다가 실수로 지웠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국회 소추위원 측이 “차명폰에 저장된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번호를 지운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제가 검찰 조사를 받느라 긴장해서 손을 ‘덜덜덜’ 떨고 있다가 실수로 조작했다”고 해명했다. “비밀번호를 푸는데 전화번호까지 지워지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조작 실수라고만 답했다.

“어제 일도 기억 안 나는데…”

지난 16일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모습을 드러내 장시간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국회 소추위원들과 재판관들의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을 반복하던 최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엔 색다른 대답을 했다.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심판정을 채운 방청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대통령이 정유라 직접 언급해 충격 받았다”

지난 23일 제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015년 1월 박근혜 대통령과 체육계 개혁에 관해 대화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정치권에서 정유라와 관련해 ‘공주승마’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통령께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 부정적으로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유라와 같은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프로그램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박 대통령이 말하자 김 전 차관은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정유라를 직접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

“블랙리스트 지금 인정하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 측 송재원 변호사가 25일 제9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에 대해 물었다. “블랙리스트의 취지가 ‘반드시 지원하지 말라’가 아니라 ‘유의해서 판단해라’라면 가능한 거 아니겠냐”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추궁했다. 강일원 재판관이 “그럼 대통령 측도 블랙리스트 인정하는 거죠?”라고 말하자, 유 전 장관도 “저도 궁금하다. 지금 블랙리스트 인정하는 거죠?”라고 말을 보탰다.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중대결심 할 수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제9차 변론기일에서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선고시기에 대해 못을 박자, 선고를 최대한 늦추려던 대통령 측은 강력 반발했다. 대통령 측이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자, 박 소장은 “굉장히 무례하다. 재판부 모독 아니냐”며 호통쳤다. 이중환 변호사는 “심판의 공정성이 의심되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대리인단이 전원 사퇴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박 소장은 이날 임기 중 마지막으로 탄핵심판 재판장으로 참석했으며, 31일 퇴임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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