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동산 구입 당시 챙긴 액수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다" 판단
특경법보다 법정형 낮아 형량 줄 듯
李회장 비리 범죄액도 감소 가능성
불구속 상태로 파기환송심 재판
대법원이 이재현 CJ 회장의 배임 부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이유는 이 회장이 일본 부동산을 사들일 때 회사에 손실을 끼치며 개인적으로 챙긴 액수가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이 회장의 배임액을 309억원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을 적용한 원심과 달리 액수와 무관하게 기업에 피해를 주면 성립되는 형법상 배임죄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이 회장은 2006~2007년 자신 소유의 주식회사 ‘팬 재팬(Pan Japan)’ 명의로 일본 도쿄에 있는 빌딩 두 채(팬 재팬ㆍ센트럴 빌딩)를 사는 과정에서 ‘CJ 재팬’이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다. 검찰은 대출상환 능력이 없는 팬 재팬이 건물을 구입하는 과정에 보증을 서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이 회장을 기소했다. 배임액은 연대보증을 선 39억5,000만엔과 액수미상의 이자로 산정됐다. 이에 대해 1ㆍ2심 모두 각각 배임액을 363억원과 309억원(환율 차이)으로 보고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CJ재팬의 연대보증 당시 팬 재팬이 이미 변제능력을 상실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팬 재팬이 매입한 빌딩의 실제가치와 이자율 등 대출 조건, 빌딩의 임대료 수입 등에 비춰 대출 원리금을 정상 상환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때문에 당시 팬 재팬이 사실상 변제능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고, 상당한 정도의 대출금 채무를 자력으로 갚을 능력이 있었다고 보여 원심처럼 대출금 전액을 팬 재팬을 소유한 이 회장의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형량이 무거운 특경법 대신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이 회장의 형량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줄어들 전망이다. 특경법은 배임죄의 이득액에 따라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형법 제355조의 배임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제356조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정형 자체가 특경법보다 낮다.
2013년 7월 기소 당시 2,078억원이던 이 회장의 기업비리 범죄액도 대폭 줄어들었다. 1차적으로는 1심 막바지에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통해 1,657억원으로 줄었다. 그 뒤 1심이 횡령 719억원, 배임 363억원, 조세포탈 260억원 등 총 1,342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회삿돈 604억원 횡령 혐의를 무죄로 뒤집고, 탈세 251억원,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 등 총 675억원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이번에 다시 배임액 309억원은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 이 회장의 범죄액은 또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 회장은 건강 악화로 11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1심 재판 중이던 2013년 8월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이후 수차례 기간을 연장해가며 재판을 받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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