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선 시대정신은 격차해소ㆍ평화통일ㆍ미래대비… 이제는 많은 분들이 함께 인식
내부 모순 쌓이고 표출되는데, 한국은 위기 무시하는 현실
양 극단 세력이 또 정권 잡으면 문제해결 시기를 놓치게 돼
개헌은 국민들 동의가 우선돼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6일 본보와 1시간20분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일관성’을 강조했다. 정치에 뛰어든 이유가 ‘기득권 정치 타파’를 위해서였고, 지금도 양당체제에 유리한 기득권 정치를 부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12년 정치에 나서면서 핵심 가치로 제시한 공정ㆍ복지ㆍ평화가 여전히 우리사회에 유효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현재 ‘침몰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민생과 동떨어진 대선 연대 시나리오 논의보다 대한민국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경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자신이 해법으로 내세운 ‘공정성장’과 ‘창업국가’ 주장이 20년간의 경험과 고민의 축적물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단단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
_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격차해소, 평화통일, 미래대비다. 실은 이런 말들을 2년 전부터 혼자 해 왔는데 지금은 정파와 상관 없이 많은 분들이 비슷한 얘기하고 있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_결국은 구체적 해법이 있느냐는 문제일 텐데.
“현재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총선 때 말한 3대 혁명이 핵심이다. 다들 경제를 말하고 있지만 경제만 외치는 건 대단히 공허하다. 국가의 재정투입이나 금리조정만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국가는 인재를 양성하고 과학기술의 경쟁력이 키우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그게 교육혁명, 과학기술혁명, 창업혁명이다.”
_안 전 대표가 말하는 ‘공정성장’과 어떤 연관이 있나.
“3대 혁명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 구조를 복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실력 있는 사람과 실력은 없지만 힘 있는 사람이 경쟁하면, 힘 있는 사람이 이기는 불공정사회다. 때문에 아무도 도전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고 있다. 이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서 실력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성공해서 경제가 발전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게 ‘공정성장’의 핵심이다.”
_우리나라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꿈과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 안보, 국민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은 8월 한달 빼고 20개월째 계속 감소하고 있고, 가계부채가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핵과 지진으로 안보와 안전마저 흔들렸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걱정이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여러 전조들이 있었을 텐데 이를 무시한 거 같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쓴 <How the mighty fall(최강 기업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이란 책은 건실한 조직이 어떻게 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1단계에선 성공으로 인해 자만심이 싹트고, 2단계에선 자만심에 빠져 무분별한 확장이 일어난다. 3단계에선 위기를 무시하고, 4단계에선 모순이 표출되면서 추락하고, 5단계에선 망한다. 삼성과 현대차가 3단계, 해운ㆍ조선ㆍ철강 산업은 4단계에 해당한다고 본다.”
_우리나라는 몇 단계에 와 있는가.
“3단계라고 생각한다. 국가신용도 등 대외적 지표는 나쁘지 않은데 내부적 모순이 쌓이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위기와 문제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도 못한 채 한가하게 대선 시나리오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_안철수의 ‘공정성장’과 다른 주자들의 성장론의 차이점은.
“일관성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주장했지만 옛날 패러다임에 갇혀 버렸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주장이었다. 반면 나는 20년간 창업하고 교육하고 과학기술자로서 일한 경험을 갖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경제발전의 근간으로 교육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또 경제담론의 핵심으로 ‘공정’과 ‘축적’, 즉 공정한 경쟁환경 마련과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가능한 제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다른 주자들이 하는 거 봤나.”
_정치권에 들어와 기득권 정치를 깨부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나.
“총선에서 국민이 공고한 양당체제를 깨부수고 3당 체제를 만들어 주었다. 국민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2016년은 전세계적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해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상, 그리고 우리나라의 총선. 다만 미국과 영국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파괴적인 결과로 나타났다면 우리나라에선 3당 체제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이러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요구는 이어질 것이다.”
_하지만 국민의당이 독자적으로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지 회의가 많다.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고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극단 세력 중 어느 한쪽이 정권을 다시 잡는다면 국민의 반은 또 다시 적으로 만들게 되고, 대한민국의 문제 해결은 그 시기를 완전히 놓치게 될 것이다.”
_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선 시나리오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내년 대선에서 어떤 놈이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 없다’는 솔직한 말을 자주 듣는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300만명을 뺀 나머지 4,700만명은 매일매일 먹고 사는 일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가라앉고 있는데 누가 집권하고,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를 두고 이합집산만 난무하는 정치권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_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더민주의 친문계 등 양극단 세력과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기득권 정치를 깨기 위한 것이었다. 한때 더민주와 통합했던 것도 정당 내부의 기득권을 개혁하려고 도전했던 거다. 역량 부족으로 실패해 그 동기까지도 폄하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똑같은 일이었다. 지금도 (제3당으로서) 기득권 정치를 깨부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_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헌법은 국민 기본권과 권력구조를 다루고 있다. 권력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여의도에선 권력구조 논의에 함몰돼 있다. 권력구조에 대한 각론도 제각각이다. 개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의 동의인데, 권력구조보다 기본권을 가지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권력구조 논의에만 매달려 있으니 국민들 눈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_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는.
“현재 논란이 되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논란,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볼 때 지금 대한민국이 가라앉고 있는 것은 현 정부 책임이다. 시대적 과제를 완수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걸 제대로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_국감 이후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 대결이 예상된다.
“당에서 법인세와 관련해 ‘명목세율 인상안’을 발의했다. 다만 제 주장은 일관된다. 명목세율을 높이기 전에 실효세율 관점에서 조세구조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고 명목세율을 높이는 게 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실효세율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명목세율을 높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정리=김회경 기자ㆍ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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