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연일 불응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따라 억지로 끌려나온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는 공개적인 강압수사 주장에 이어 묵비권 행사로 수사를 견제하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지능적인 플레이가 두드러진다는 평이 나온다. 최씨는 특검 조사에서 단 ‘세 마디’만 했지만 수사진과의 신경전 등 대통령 비선실세다운 노련함과 교묘함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3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에서 강제구인 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나온 25, 26일. 최씨는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입학ㆍ학사비리 혐의와 관련한 검사의 추궁에 “진술 거부하겠습니다”만 반복했다. 그럼에도 검사는 중단하지 않고 최씨 혐의와 관련된 신문을 이어갔다. 계속 침묵하던 최씨는 신문을 유심히 듣다가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면 “검사님이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특검의 공식 수사착수 후 첫 소환조사에서는 최씨가 모르쇠로 일관해 수사팀을 당황하게 했었다.
수사과정에서 이처럼 비협조적인 그는 조사가 끝나면 진지한 자세로 돌변했다. 검사의 질문과 자신의 답변을 기록한 진술조서를 가리키며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조서를 꼼꼼히 검토한 것이다. 검사의 질문 내용을 곱씹으면서 특검의 수사진행 상황을 가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수사과정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숨기고 기소 후 재판에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다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특검의 소환통보에 현재까지 8차례 불응했다. 앞서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소환 통보에도 13차례 불응했으며 대신 구치소에서 변호사 5명과 24회 번갈아 접견하며 방어 전략을 짰다. 현재 검찰의 기소로 진행되는 공판에서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하는 상반된 자세와 무관치 않다.
한편 특검은 최씨의 수사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31일 미얀마 공적개발원조 사업과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며, 다른 혐의로도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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