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이산 상봉은 하늘의 별따기... 신청자 11.6%만 만나

알림

이산 상봉은 하늘의 별따기... 신청자 11.6%만 만나

입력
2018.01.29 04:40
5면
0 0

北가족 만난 상봉자 24%

불면증 등 후유증 시달려

상봉 신청자 55%는 사망

탈락자 중 자살한 사례도

북의 큰오빠가 보고 싶어 눈물짓는 이산가족 김화순 할머니. 이산가족 영상편지 캡쳐
북의 큰오빠가 보고 싶어 눈물짓는 이산가족 김화순 할머니. 이산가족 영상편지 캡쳐

실향(失鄕)과 이산(離散)의 아픔. 젊은 세대들은 선뜻 와 닿지 않는 주제이다. 하지만 상봉신청 탈락 후 좌절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노인들이 있을 정도로 이산가족 1세대들의 고통은 크다. 보도된 것만 2001, 2002, 2009년 3명이 목숨을 끊었다. 2001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통일연못에 투신해 사망한 정모(당시 82세)씨의 품에서는 상봉신청서 접수증이 발견되기도 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 가는 이산가족 1세대들의 현재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8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북이산가족 상봉신청자 중 이미 55%가 사망했다. 신청을 받기 시작한 1988년부터 누적된 등록 인원은 총 13만1,344명이며, 지금까지 사망자는 7만2,307명이다. 행정안전부는 사망신고가 접수된 대상을 두 달에 한번 적십자사에 통보하는데, 2017년 12월 한 달에만 18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봉신청 생존자 중 18.9%가 90세 이상이며, 80~89세가 42.8%일 정도로 초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남성이 62.2%로 여성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그러나 상봉신청자는 전체 이산가족의 일부라고 관련 단체들은 이야기한다. 이산가족 민간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박정희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남북 합쳐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있다고 봤는데 지금은 85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남쪽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혹시 북의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신청을 하지 않고, 민간 경로를 통해 생사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 주관으로 21차례 상봉을 통해 북의 이산가족을 만난 사람은 1만5,283명(남북 합쳐 1만9,928명)이다. 신청자의 11.6%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당국차원의 서신교환ㆍ화상상봉도 진행됐으나 서신교환(남북 총 679명)은 2003년, 화상상봉(남북 총 3,748명)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이 같은 여러 방법으로 생사가 확인된 이산가족은 남북을 합쳐 5만7,567명뿐이다. 대다수 이산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고통 속에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민간차원에서 생사확인은 남북 총 3,883명(정부 집계기준)이다. 민간에서도 서신교환ㆍ상봉이 매년 각각 수십~수백 건씩 있어왔다. 하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매년 각 10건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확연히 줄었다.

각고의 기다림 끝에 짧은 만남을 가지고 헤어진 상봉자들도 4명 중 1명이 후유증을 겪었다. 2015년 대한적십자사가 북측 가족을 만난 남측 이산가족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4%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면증(11%), 무력감ㆍ건강악화(각각 7%), 북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우울증(각 5%) 등이 이유였다.

상봉 후 심정을 묻는 말에 61%는 ‘기쁘다’고 답했지만, 39%는 ‘기쁘지 않다’고 응답했다. 기쁘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은 ‘북의 가족이 고생해온 것 같아서’(19%), ‘상봉시간이 짧아 아쉬웠기 때문’(17%), ‘마지막 만남이라는 생각 때문’(15%)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