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웨이웨이는 1957년 시인이었던 아버지가 중국 당국에 의해 우파로 몰려 곤경에 처하던 해에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다음해 신장성 지역으로 하방당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죽자 그의 가족은 베이징으로 돌아왔고 아이웨이웨이는 198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뉴욕 파슨스대학 시절 그는 드로잉을 매우 잘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드로잉의 방식을 바꿨다. 날마다 사진을 찍으면서 무엇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는 손이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그리는 드로잉을 연습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1989년 천안문 시위와 그 결말을 미국에서 보고 1993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위축되었던 시기를 보내면서 그는 예술가들을 모아 자유와 저항의 중요성을 예술로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책의 제목도 없는 세 권의 언더그라운드 출판물(1994년 검은 책, 1995년 하얀책, 1997년 회색책)을 제작하면서 당대 중국 현실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아이웨이웨이는 1994년 천안문 앞에서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속옷을 드러내는 동료 화가 루칭을 찍었다. 그리고 그것을 ‘엿시리즈 원근법 연구(Study of Perspective 1995-2011)’로 발전시켰다. 모나리자, 바티칸, 에펠탑과 백악관, 천안문 등 정치와 예술 권력에 대한 엿 사진은 살아있는 비판의 원근법이었다.
블로그와 트위터로 표현의 자유 확장
이것은 권력이 숨어 있는 저 먼 곳을 손가락으로 지시하고 눈으로 직시하는 힘을 던져준다. 시선의 중요성을 손가락이 일깨워주는 새로운 원근법이다. 손가락으로 보는 법은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상을 가리켜야만 가능하다. 눈 달린 손가락이 없으면 사물을 관습이 짜준 원근법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가운데 손가락으로 무엇을 겨눌(볼) 건지는 각자 판단해야 웨이웨이식 원근법에 다가서게 된다. 손가락을 겨냥하고 움직일 힘과 판단이 서지 않으면 웨이웨이 원근법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새로운 원근법 학습이 필요하다.
아이웨이웨이를 보면 중국의 브레히트가 떠오른다. 그는 백남준과도 친분이 있었던 요세프 보이스(Joseph Beuys)가 보여준 전체론적 접근처럼 “사회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예술은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물을 보는 방식이자 삶에 대한 태도였다.
그는 2005년 10월부터 2009년 5월 28일까지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는 뉴욕시절에 찍어 현상도 하지 않았던 사진과 하루 100장씩 총 7만장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이웨이웨이 블로그는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지 않고 현실을 창출하였다”. 그는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대중은 그의 생각에 응답하였다. 인터넷은 가상현실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현실이 되었다.
언론 통제가 극심한 중국에서 그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도구로 인터넷을 선택했다. 그는 순간적이고 행동적이다. “나는 상상하지 않아요. 나는 상상력도 없고, 기력도 없어요. 그냥 순간순간 내키는대로 해요.” 그리고 현실의 삶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을 전개한다. “사실 우리가 현실의 일부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생산적인 현실이다. 우리는 현실이지만, 현실의 일부라는 것은 우리가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에게 인터넷은 현실의 일부이자 현실을 만들어내는 도구이기도 했다.
아이들 죽음을 망각에서 끄집어내다
우리 중 누가 어떤 사고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생활과 전문적 작업의 중심에 당대의 사건을 놓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2008년 쓰촨(四川) 지진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몸으로 뛰어 다녔다. 아이들의 명단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는 정부에 대항하여 숨진 아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일을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의 생일과 이름을 모았다. 손오공의 귓털처럼 수많은 아이웨이웨이 분신들이 뛰어다니면서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수집했다.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그와 하나가 되었다.
자신의 블로그에 5,000여명의 희생된 아이들 명단과 생년월일을 실었다. 그는 죽지 않았어도 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원인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묻고 싶었다. 그 후 당국에 의해 책의 판금보다 더 억압적인 블로그 폐쇄가 이뤄졌다. 그의 작업실 주변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었고 경찰은 그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예술가가 미디어의 희생물이 되기 쉽다면 그는 인터넷의 희생물이다.
그는 집요하게 지진의 피해자인 아이들의 죽음을 망각에서 끄집어내어 사건으로 만들고 기억으로 소생시키는 작업을 이어갔다. 구금된 동료 재판에 증언을 하려 청두(成都)에 갔다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후 그 장면을 트위터에 올려 정권에 대항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공안을 찾아가 자신에 대한 습격 사건을 조사하라고 신고하였다. 그는 간단하고 분명하게 대응했다. 그에게 머리로 구상하고 몸으로 실행하는 것 사이에 거리와 차이는 없다. 수많은 지식인이 머리로만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일을 그는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보여준다.
2010년에는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여러 사람이 불러주는 프로젝트를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사람들은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아이의 이름을 하나씩 녹음하여 이메일로 보냈다. 그러한 참여와 협업을 통해 망각의 강으로 흘러가는 죽은 아이들을 건져내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흐르게 만들었다(念, 2010). 이런 것이 살아있는 개념 예술이다.
아이웨이웨이는 “정부는 나의 일부고, 나는 정부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이 발언보다 더 근본적이고 책임있는 사회참여는 없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정치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도 정부가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정부는 나의 바깥에서 나와 대립하거나, 아니면 내가 곧 정부이다. 우리에게는 내가 정부의 일부일 수도, 정부가 나의 일부일 수도 없다. 그래서 정부를 내 바깥에 두고 욕하면서 결국 현실 정치에 아무런 변화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인 마음밭에 뿌린 1억 해바라기씨
그는 2011년 4월 3일 당국에 의해 납치되어 81일간 사라졌다. 그의 인터뷰와 온라인 활동은 금지되었고 당국은 그의 회사 운용 문제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그 기간의 강요된 침묵은 다른 사람들의 성난 외침으로 되돌아왔다. 그의 인터넷 활동과 영향력은 당국이 볼 때 전복적이었다. 당국은 그가 운영하던 회사가 세금을 포탈하였다고 230만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그리고 인터넷에 ‘포르노그래피(Untiltled, 2010)’를 올린다고 그를 기소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에게 돈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실 담벼락 너머 정원으로 지폐로 접은 종이 비행기들이 날아 들어왔다. 어찌 보면 이것도 그의 지지자들이 만든 개념 예술이다. 그 후 그는 더욱 과감하게 당국의 감시에 맞서 싸운다. “내가 했던 행동을 위협과 위험 때문에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면 난 이미 죽은 몸이다.” 감시 요원들이 남기고 간 재떨이와 담배꽁초를 전시회에 작품으로 출품하고, 취조 받던 장소의 소품과 상황을 설치 예술로 재현(S.A.C.R.E.D., 2011-2013)하고, 스스로를 모니터하던 4개의 감시카메라 영상 스트림을 인터넷에 올렸다(weiweicam.com., 2012). 감시에 대한 저항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발언 자체가 이제 그의 개념 예술이 되어버렸다.
아이웨이웨이는 2010년 가을에 런던 테이트 모던 뮤지엄 바닥에 1억개의 포셀린 해바라기씨를 깔았다(Sunflower Seeds, 2010). 그의 해바라기씨는 배고플 때 까먹던 양식이었고, 마오라는 태양을 앙모하던 대중의 무리였으며, 노동자들의 대량생산물이며, 버릴 수 없었던 과거의 유산이자 오늘의 현실이고 내일의 희망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덮쳐오는 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추구하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명성은 사람을 무겁게 만든다. 중국식 근대화의 험난한 골짜기 한 복판에 선 그의 예술은 차라리 축복이다. 개념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는 현대 중국의 산물이다. 시대는 인물을 만든다. 우리에게도 시대가 인물을 만들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가 뿌린 포셀린 해바라기씨들이 중국인들의 마음 밭에 씨를 뿌려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란다.
백욱인 한국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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