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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이야기] 인간이 남긴 폐기물 옆에 둥지… 위기의 아델리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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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 이야기] 인간이 남긴 폐기물 옆에 둥지… 위기의 아델리펭귄

입력
2018.01.12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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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로스해 빅토리아랜드 연안 케이프 할렛에 아델리 펭귄이 모여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 로스해 빅토리아랜드 연안 케이프 할렛에 아델리 펭귄이 모여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날카로운 쇳조각, 엉킨 전선들

100년 더 된 목재건물도 여전

해외 연구진 남긴 물건 방치

#‘생태계 교란 최소화 하자’ 안간힘

직접 조사 대신 드론 모니터링

펭귄에 부착 장치도 경량으로

지난 해 초 남극 페트렐 섬에서 아델리펭귄 4만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새끼 두 마리만 살아남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기후 변화로 거대한 메르츠 빙하가 갈라지면서 바다에 얼음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부모 펭귄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더 먼 곳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그 사이 새끼 펭귄들이 영양 부족으로 굶어 죽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이 지역을 포함한 동남극 일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선 일부 국가가 원양어업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처럼 남극의 펭귄 번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연구진이 아델리펭귄 보호를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조류학 전문가인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해 11월 7일부터 장보고 기지에서 400㎞ 떨어진 빅토리아랜드 연안 케이프 할렛에 조사 캠프를 구축하고, 아델리펭귄을 포함한 남극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이 지역은 CCAMLR로부터 세계 최대 해양보호지역(MPA)으로 지정돼 그 중요성이 커진 곳이다. 1차 연구 기간은 3월 27일까지이며, 1차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2,3년간 이 지역에서 아델리펭귄 번식지표 등을 점검하면서 남극생태계모니터링 프로그램(CEMP)에 자료를 공유하게 된다.

사실 이번 연구는 한국이 불법 어업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국 원양 어선들이 지난 2011년부터 남극에서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와 크릴(남극 새우)을 불법 어획한 것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3년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었다. 다만 해양 보전에 기여한다는 조건으로 2015년 예비 불법어업국에서 해제된 상태다.

1957년 미국과 뉴질랜드가 남극 케이프 할렛에 건설해 1973년까지 사용했던 기지의 폐기물 주변에 아델리펭귄이 번식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1957년 미국과 뉴질랜드가 남극 케이프 할렛에 건설해 1973년까지 사용했던 기지의 폐기물 주변에 아델리펭귄이 번식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책임자인 김정훈 연구원은 “빅토리아랜드 연안에는 24개의 아델리펭귄 번식지가 분포하고, 아델리펭귄의 38%인 약 85만쌍이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1차 연구 목표는 이 곳에 사는 아델리펭귄의 장기 생태 모니터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왼쪽부터), 정진우, 고준서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남극 케이프 할렛에서 아델리펭귄 모니터링을 위해 카메라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김정훈(왼쪽부터), 정진우, 고준서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남극 케이프 할렛에서 아델리펭귄 모니터링을 위해 카메라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이를 위해 총 7명의 연구팀은 조사 지역으로 연구장비 등을 옮긴 뒤 아델리펭귄의 번식생태와 번식 성공률, 먹이원, 취식행동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기존 세종기지나 장보고기지에서 생활하면서 연구했던 것과 달리 캠프를 따로 구축하고, 생활과 연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연구원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컸다.

김 연구원은 “약 5톤에 달하는 물품과 뉴질랜드 과학자 4명을 포함한 11명의 인력이 케이프 할렛으로 이동하는 것부터 힘들었다”며 “현지의 물이 부족해 겨우 양치만 하는 환경에서 연구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펭귄 번식지를 피해 장비와 자재들을 직접 운반하면서 연구원들의 체력 손실도 컸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펭귄의 먹이이동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펭귄의 등에 데이터전송장치(로거)를 붙였다. 로거의 무게는 펭귄 체중의 3%이내이며, 쉽게 뗄 수 있도록 해 펭귄에게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펭귄의 먹이이동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펭귄의 등에 데이터전송장치(로거)를 붙였다. 로거의 무게는 펭귄 체중의 3%이내이며, 쉽게 뗄 수 있도록 해 펭귄에게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이번 연구에는 다양한 정보통신(IT) 기술이 적용됐다. 직접 번식지 내부에 들어가 둥지 수를 셌던 것과 달리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자료 수집 시간을 단축했다. 번식지에는 자동 기상관측과 번식 집단 형성과정을 담을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펭귄의 등에 데이터전송장치(로거)를 붙여 먹이를 찾는 경로, 사냥 위치 등을 파악하고 있다. 무게가 펭귄 체중의 3% 이내인 장치를 사용하고, 약한 접착제를 사용해 펭귄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

케이프 할렛 지역에는 1957년 미국과 뉴질랜드가 공동으로 기지를 건설한 뒤 1973년까지 활용했다 방치한 폐기물들이 있다. 또 한국 연구팀이 뉴질랜드와 펭귄 생태에 대해 공동 연구를 하게 된 케이프 어데어 지역에도 1899년 노르웨이 원정대가 지은 목재건물과 세수대야, 목재 드럼통 등 폐기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899년 노르웨이 원정대가 지은 목조건물에 아델리펭귄들이 살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1899년 노르웨이 원정대가 지은 목조건물에 아델리펭귄들이 살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아델리펭귄들은 폐기물과 목재건물 속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케이프 할렛 지역의 경우 번식지 주변의 날카로운 쇳조각, 전선, 건물 폐자재 등이 펭귄들에게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남아있다. 김 연구원은 “주변 환경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펭귄 번식지가 위태롭게 형성된 예라 할 수 있다”며 “연구를 위해서라도 인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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