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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상보기] 여기 예비 홈리스 추가요

입력
2014.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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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회의 평등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나라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특히 ‘주거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 서울의 청년 1인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36% 달하고, 1인 청년의 50% 이상이 자신의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쓴다는 통계가 있다.

노동으로 거두는 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수도권에서 집을 사기 위해선 몇억 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한다고 쳐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이자를 갚아나가기는 쉽지 않다.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저시급은 한 시간 당 5,210원이다.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직업도 있긴 하다(그 수는 매우 적다). 그러나 그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몇 년간 생계 고민 없이 고시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비싼 대학 등록금 등이 그렇다. 이는 대부분 부모의 뒷바라지에서 나온다. 부모님과 같이 살거나(부끄럽게도 나 역시 이 경우에 속한다), 부모님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동네, 혹은 더 작은 집으로 옮겨 마련한 목돈으로 자식의 전세자금을 마련해주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리한 출발점에서 삶을 시작하게 돕는다. 이로 인해 달라진 시작점은 삶의 차이를 크게 벌린다.

주거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주거문제가 안정되면 (어르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청년들의 ‘도전정신’과 사회·정치적 행동도 더욱 강세를 띨 것이며, 낮은 출산율도 개선될 것이다. 유엔에서는 주거권을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사회권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각 국가에서 이것을 정책으로 보호하기를 권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체주택 대비 공공임대주택 보급 수준이 12%에 달하는 이유도 주거 안정성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가장 첫 단계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공공임대주택 보급 수준이 높은 나라의 보급률은 32%(네덜란드)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5% 남짓이다. 설상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용지 행복주택은 20만 가구에서 3만8,000가구로 대폭 축소됐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청년들이 있다. 한해 서울 청년들이 내는 임대료는 약 10조원. ‘민달팽이유니온’은 그 돈을 모으면 충분히 집을 매입하거나 건설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이 직접 주택을 공급해 공실 비용, 관리 비용, 중개 비용 등을 줄여 임대료를 낮추고 조합원에게 거주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마포구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예 수도권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땅값이 저렴한 비수도권의 땅을 사거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토지를 제공받아 청년들이 집단 이주해 문화ㆍ생태적 공동체를 만드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도시의 버려진 공간이나 빈 공간을 점거하는 ‘스콰트(Squat)’운동을 통해 문제를 고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미있고 소중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국가가 책무를 다 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미 주거 불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많았고, 해결책에 대해서도 활발히 논의돼왔다. 그런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통해 지겹고 익숙한 얘기를 또 반복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대개 땅부자에 가진 집이 여러 채라 그런 걸까? 가진 게 많은 분들이라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의지가 없나? 보유주택이 한 채 이하거나 임대주택에 살아야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생각해본다.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은 정치의 목적이자 본령이다. 이를 제대로 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 주택문제가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좀 급하다. 부모님 집에서 쫓겨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최서윤 (격)월간잉여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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