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가령 이런 시(時)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 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김사인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꼼꼼히 옮겨 적고 싶은 삶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네가 괴발개발 아무 생이나 써내려 가다가 펜이 뚝 부러졌다. 그것을 보는 네 어미가 안쓰러워 눈물을 뚝뚝 흘렸으나 종이 값 벌어오는 데 삶을 다 써버린 그는 기실 까막눈이나 다름이 없다. 동여 맨 펜 끝에 까만 눈물 찍어 다시 종이 앞에 앉지만 쓸 말이 없다. 옮겨 적을 생이 없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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