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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스쿨미투 열풍… “학교가 고발자 색출” 폭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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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스쿨미투 열풍… “학교가 고발자 색출” 폭로도

입력
2018.09.14 18:00
수정
2018.09.14 19: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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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의 A중학교 학생들이 11일 교내에 포스트잇을 붙여 일부 교사들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A중학교 스쿨미투 트위터 계정 캡처
서울 광진구의 A중학교 학생들이 11일 교내에 포스트잇을 붙여 일부 교사들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A중학교 스쿨미투 트위터 계정 캡처

“선생님은 여학생들의 팔을 상습적으로 만지며 ‘섹시하다는 건 칭찬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서울 A중학교)

“입이 심하게 헐어서 약을 바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남자친구랑 물고 빨고 해서 헐었냐’라고 하셨습니다.”(부산 B고등학교)

학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Me Tooㆍ나도 피해자다)’가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스쿨미투는 지난 1월 서지현 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의 성추행 폭로의 영향을 받아 시작돼 상반기에 약 20여개교에서 폭로가 이어졌다. 2학기 개학과 함께 다시 불 붙은 2차 스쿨미투는 열기가 한층 더 뜨겁다. 지난달 25일 대구 C여중에서 처음 미투가 시작된 이후 14일 현재 약 26개교에서 온ㆍ오프라인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절반인 13개교가 시ㆍ도교육청 차원의 조사를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학생들의 폭로 대상도 더욱 넓어졌다. 각 학교 스쿨미투 계정에는 일부 교사의 학생에 대한 성추행ㆍ성희롱 제보를 넘어 교사들 사이에 발생한 성폭력을 바로잡으라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학교 남학생들의 ‘몰카(불법촬영)’ 장난이나 성희롱을 비판하는 글도 보인다. 경기지역 D고교의 스쿨미투 계정을 운영하는 학생은 “교내 성희롱과 차별발언은 계속 있었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침묵한다면 그게 잘못인 줄 모르고 바뀌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폭로 계기를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학교의 대응은 여전히 파장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는 임기응변식 수습에만 머물러 있다. 현재 스쿨미투가 진행중인 학교 중 교사 개인이나 학교 차원의 사과가 있었던 학교는 9개교뿐이다. 학생회 등 일부 학생에게만 형식적 사과를 하거나 상황 모면을 위한 ‘조건부 사과’를 했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인천 E여중의 학생들은 “학교 실태를 폭로하기 위해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였는데 선생님들은 점심시간까지 이걸 다 떼면 사과할 거라고 했다”며 진심이 담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발언을 하거나 학생들의 신상을 노출하는 등의 2차 가해도 발생했다. 대구 F여고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다 너희가 귀여워서 그런 거다” “너희 잘 되라고 한 말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듣냐”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G중학교는 학내 피해상황 전수조사 과정에서 실명을 밝힌 69명의 학생 중 일부를 불러 문제가 제기된 교사와 직접 대면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은 실태조사 시 학생 동의 하에 실명을 기재하도록 하지만, 이렇게 얻은 정보는 오직 경찰 조사를 위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인천 H여중에서는 교사들이 1학년인 스쿨미투 계정 운영 학생을 색출해 전화를 걸고 계정 삭제를 요구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은 스쿨미투가 발생하면 ‘학교성폭력 사안처리 매뉴얼’에 따라 필요 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등을 열고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사후처리 절차는 갖춰진 셈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를 진행한 황정임 한국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사는 학교성폭력 방지 의무 주체이면서 가해자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성 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며 “교사들이 성희롱 발언을 사소한 농담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학생의 용모나 체형을 화제로 삼지 않기’ 등 구체적인 사례 위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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