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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적극 환영… 공직사회는 애써 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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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적극 환영… 공직사회는 애써 무덤덤

입력
2015.03.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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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청탁 문화 해소" 기대

공무원들 "3만원 이상 접대받을 땐 이미 징계 대상… 큰 변화 없을 듯"

교육계 "사립학교 교직원은 공무원도 아닌데 법 적용하나"

언론계도 "언론 자유 침해 부작용"

재계는 "민감해서…" 말 아껴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 가운데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청사를 드나들고 있다.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국회와 법원 등 헌법기관, 행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정부 출자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소속 공무원과 공직수행과 직접 관련된 단체 소속의 공직자의 경우 직무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직무와 관련 있는 경우에만 액수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이 법의 적용 범위에는 언론기관과 사립학교 교직원도 포함됐다. 뉴시스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할 예정인 가운데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청사를 드나들고 있다.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국회와 법원 등 헌법기관, 행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정부 출자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소속 공무원과 공직수행과 직접 관련된 단체 소속의 공직자의 경우 직무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직무와 관련 있는 경우에만 액수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이 법의 적용 범위에는 언론기관과 사립학교 교직원도 포함됐다. 뉴시스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을 두고 각계의 반응은 묘하게 엇갈렸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스폰서와 청탁 문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환영의 뜻을 적극 드러낸 반면, 법의 직접 적용대상인 공직사회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청탁 문화에 철퇴를 가해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을 주고 바로 대가를 받는 과거의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품을 제공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요구하기 때문에 ‘직무관련성과 무관한 뇌물 처벌’이 절실하다는 게 유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이에 더해 “이제부터는 법이 실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의 적용 범위나 대상,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등으로 탄압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수사기관이 법의 취지를 훼손시키는 권한 남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규정이 현재로서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법집행 기관의 자의나 재량이 커진다는 문제는 분명히 있다. 수사기관이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는 겉으론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기존에도 3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접대를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징계(행정처분) 대상에 올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는 “(김영란법이 도입된다고 해도) 추가로 느끼는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민원인과 접촉이 잦은 지방자치단체나 인허가권, 사업권을 담당하는 부처 공무원들은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법조계 역시 마찬가지. 재경지법의 한 법관은 “판사들 사이에선 이미 비싼 메뉴의 저녁식사 자리나 술자리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상당수가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만큼 당장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자들은 법의 실효성과 타당성에는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한 감사담당 공무원은 “가령 형이 공직자인 동생에게 100만원 이상을 주는 것도 처벌대상이란 얘기인데 이를 적발하는 게 가능한지, 또 적발한다고 해도 처벌하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접대 문화가 바뀌어야 할 문제이지 법으로 강제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법집행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만 양산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부패척결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처벌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교육계에서는 사립학교 교직원의 반발이 컸다. 당초 법 적용대상에서 빠졌다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논의 과정에서 포함된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과 이사들은 상당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사립학교 교사ㆍ교수들에게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닌데도 김영란법에 포함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계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본래 입법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언론까지 법 적용대상에 포함된 데 거듭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도 “공무원 부정부패를 단속하기 위해 만든 법률로 기자를 한 묶음으로 규율할 경우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고 비판했다.

부정청탁의 이해당사자인 재계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자체가 워낙 민감한 법령이라 세부 시행령이 정해지기까지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어떤 형태로든 기업과 경제단체의 대외활동에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윤리경영시스템을 재점검하기 시작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의 관심은 법 시행이 경기에 미칠 영향에 집중됐다. 공직자가 접대 받는 광경을 자주 지켜봤다는 서울 지역의 한 고깃집 종업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접대 자리가 줄어들어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공덕동에서 40여년 꽃집을 운영한 박순희(57)씨는 “언제는 법이 없어서 부정비리를 저지른 사람들 처벌 못했느냐”고 꼬집으며 “법 취지는 좋지만 서민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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