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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에 선 우리은행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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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에 선 우리은행 민영화

입력
2016.01.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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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여파 등으로 중동펀드와의 지분 매각 협상 사실상 물건너가

우리은행 주가 9000원대 아래로..“정부 강한 의지 보여야” 목소리 커져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다섯 번째 시도가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분 매각을 위한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주가마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폭이 더 커지기 전에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께부터 시작된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위한 중동국부펀드와의 실무협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매각 절차를 관장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윤창현 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동자금에 매각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사실상 접어야 하는 분위기”라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공식적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석 달 사이 이메일을 몇 번 주고 받은 정도 외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 공자위는 우리은행 지분을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과 기존의 경영권 매각방식을 병행하는 다섯번째 우리은행 매각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9월초부터 ‘매각협상 전담팀’을 꾸려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 국부펀드와 지분 매각을 위한 실무협상에 진행해왔다.

협상이 난항에 빠진 표면적인 이유로는 유가 급락으로 중동 국가들의 재정이 악화된 점이 꼽힌다. 윤 위원장은 “저유가로 중동국부펀드들이 기존의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매각 협상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당초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일한 접근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장기투자자로 알려진 중동자본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발표하면 투자심리를 자극해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할 거라고 기대한 것 같다”며 “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자 정부도 난감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 4조6,000억원의 미회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우리은행을 주당 1만3,500원 이상에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작년 11월 한때 주당 1만원 수준까지 올랐던 우리은행 주가는 이날 현재 8,680원까지 미끄러진 상태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이 이번에도 우리은행 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우리은행 측은 다음달 말께 다시 한번 중동 등을 돌며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전날 ‘2016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올해 민영화 임무를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상반기 내에 중동 한 바퀴를 돌고 안 되면 유럽까지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 매각 시도마저 난관에 봉착함에 따라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반기에 총선이 예정된 데다 정권의 임기 후반기에 접어드는 만큼 갈수록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은행의 주가와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라며 “임종룡 위원장의 경우 역대 장관보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운 만큼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조기 매각을 최우선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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