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신보수로 변화 천명, 극우정당 30% 획기적인 지지
경제회생 불투명에 포퓰리즘의 불씨 꺼지지 않을 것
극우파 포퓰리즘을 대변해온 마린 르펜(48)과 그의 국민전선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향후 프랑스 경제가 획기적으로 되살아나거나 테러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5년 뒤 더욱 ‘무서운 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르펜은 당장 6월 총선에 올인해 국민전선 의석을 최대한 늘린뒤 다음 대선이 진행되는 2022년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은 발빠르게 극우 이미지 쇄신작업에 들어가 정당명부터 교체키로 했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에서 대선 직전까지 대표로 있던 극우정당 국민전선을 근원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임시 당대표직을 맡았던 스티브 브리우아는 당명교체에 대해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도 정당의 문을 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르펜의 미래가 주목되는 것은 결선투표 진출 자체가 프랑스 정치지형의 대격변을 예고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투표성향이 극적으로 변하고 기존정치구도가 재편된 것은 1981~84년 국민전선이 처음으로 선거판의 의미있는 플레이어로 등장한후 30년 넘어 처음이다. 르펜의 결선투표 득표율은 33.9%에 달했다. 이는 극우후보로는 2002년 처음 결선투표에 진출한 아버지 장 마리 르펜(17.8%)의 득표율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높다.
이같은 지지는 르펜이 주도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탈 악마화’가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알려준다. 르펜은 2011년 당권을 접수한 뒤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고 외국인 혐오발언을 일삼아 온 아버지와 다툰 끝에 그를 2015년 당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다. 이후 인종차별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사형제 부활과 동성애 반대 등을 접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며 반체제 소수정당에 머물렀던 국민전선을 대중정당 반열에 올려놨다.
이제 관심은 6월 총선이다.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은 우파 유권자들을 상당부분 잠식한 국민전선에 밀릴 것이란 예상이다. 사회당도 많은 의석을 마크롱의 신당 ‘앙 마르슈!(전진)’에 넘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과 사회당의 부진에 힘입어 국민전선이 약진할 할 경우, 르펜은 5년 뒤 대권 3수에 나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마크롱이 프랑스 경제를 살리고 국제사회에서 국가위상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를 제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르펜 측에서 “이번은 연습게임이고 5년뒤가 본게임”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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