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증언ㆍ양해각서 공개]
MOU 초안에 미르 적혀있어
체결 전부터 이미 낙점 상황
최순실ㆍ차은택 의혹도 제기
“차씨, 관광진흥기금 80억 유용
밀라노엑스포 감독 선임 특혜”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당시 체결한 ‘K타워 프로젝트’에 미르재단이 처음부터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신생 민간단체인 미르재단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열린 사전 준비 회의 때부터 참석했고, 미르는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MOU) 초안 작성 때부터 이미 사업 참여자로 낙점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그 동안 미르 재단 관련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차원의 판단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해 왔지만 이 같은 사실 확인으로 정권 차원에서 직접 미르 재단에 대해 각종 이권 사업을 챙겨 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4일 K타워 프로젝트의 한국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위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증언과 회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에 앞서 4월에 열린 제2차 ‘청와대 연풍문 회의’에 참석했다. 연풍문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새로 지은 청와대 방문객 안내소의 이름으로 연풍문 회의는 일명 ‘서별관 회의’ 같은 청와대 주재 관계자 회의다.
당시 회의는 K타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로, 청와대 비서실과 산업자원통상부, 국토교통부, KOTRA, LH, 미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국토부 관계자의 연락을 받고 청와대 연풍문 회의를 두 차례 갔는데 두 번째 회의에서 미르 관계자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K타워 프로젝트는 이란 테헤란에 문화상업복합시설인 K타워를 짓고, 서울에는 I타워를 구축하는 게 핵심으로, 박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정상 회담 공동 선언에서 언급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앞서 국민의당은 이날 MOU 당사자인 LH와 포스코 이앤씨(E&C), 이란의 교원연기금 사이에 맺은 각서 내용을 공개하며 국가적 사업에 미르가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고 선정된 것은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KOTRA가 운영하는 ‘정상 외교 경제활용 포털’에서 확인한 K타워 프로젝트의 문화상업시설 건설협력에 대한 MOU 제2조 1항에는 ‘한국 문화 교류 증진의 주요 주체로 한국 내 16개 대기업이 공동 설립한 미르 재단이 될 것이다’고 적혀 있다.
LH 고위 관계자는 “가장 먼저 만든 MOU 영문 초안부터 미르를 포함시켰다”며 “LH가 문화콘텐츠 분야에 생소해서 한류 문화 전파를 위해 기업들이 전경련을 통해 설립했다는 미르 재단 측 얘기를 듣고 K타워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신생 민간 재단인 미르지만 청와대와 전경련을 앞세웠기 때문에 그 능력에 별 달리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더민주가 입수한 MOU 원본에는 “16개 한국 대기업에 의해 설립된 미르가 한국 문화 교류 증진을 할 조직들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돼 있어, 공문 위조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대통령 국빈 방문 기간 중 만들어진 양해 각서 내용이 뒤바뀐 것”이라며 “미르 재단을 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문서를 위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후속 조치를 위해 청와대 관계자 주재로 청와대 연풍문과 코오롱ㆍ 포스코 사무실 등에서 진행된 후속 대책 회의에도 미르 관계자는 꾸준히 참석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이전부터 K타워 프로젝트에 미르를 적극적으로 포함시킨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복귀 첫날인 이날 국정감사에선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이사진 선임 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씨와 광고감독인 차은택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도 쏟아져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최씨의 딸 정모씨가 2015년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한 기간과, 각종 대회 출전 및 훈련 기록이 전혀 없다며 대한체육회의 관리부실과 함께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는 2014년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올해 자격을 상실한 상태다.
최씨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차씨가 정부기금을 맘대로 주무르는 전횡을 휘둘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차씨가 지난해 문화창조융합본부의 본부장으로 일하며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사업에 관광진흥기금 80억원을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해당 사업을 관광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기획재정부는 기금사용을 신청한 지 단 하루 만에 승인을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차씨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 계약파기로 인한 손해배상까지 감수하며 차씨를 밀라노엑스포 총감독에 앉힌 뒤 예산을 62억원에서 103억원으로 증액 편성했고, 한국관광공사 건물 2개층에 차씨의 영상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차씨의 작품이 극찬을 받았기 때문”이거나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논리로 두둔했다. 그러자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조차 “차씨와 관련된 부분은 관광공사에서 정확한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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