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출연 대기업, 우병우 의혹
언제 수사 착수할지 주목
탄핵 인용 땐 대선 맞물려
정치적 논란 불거질 수도
지난해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검찰이 다시 바빠지게 됐다. 수사 준비기간 20일을 포함, 총 90일간의 대장정을 지난달 28일 마무리한 특검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을 늦어도 3일까지 검찰에 이첩할 계획이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검찰이 1차 수사를 한 뒤 특검에 맡겼던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수사가 결국 3라운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삼성과 최씨,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커넥션’이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 특검이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했음에도, 검찰에 주어진 ‘미완의 수사’는 여전히 산더미다. 모든 의혹의 꼭지점에 있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검찰에 이어 특검에서도 무산됐다. 당초 ‘수사 협조’ 방침을 밝혔으면서도 결정적 국면에서 대통령 측이 본질을 비껴간 변명으로 약속을 뒤집었던 탓이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낸 기업들 중, 면세점 인허가 또는 총수 사면 등의 현안이 걸려 있던 다른 대기업들의 출연금은 뇌물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특검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ㆍ직무유기 혐의 수사는 최대 난제로 꼽힌다. 아울러 포스코 KT 등 민간기업 인사에 대한 최씨 개입 의혹,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최씨 일가의 해외 차명재산 보유 의혹 등도 현재진행형이다. 수사 효율성 등을 감안,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와 특수1부가 주축이었던 특별수사본부에 다시 사건을 맡길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관심의 초점은 과연 검찰이 언제쯤 본격 수사에 착수하느냐다. 특검은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는 대신, 뇌물수수죄의 피의자로 입건만 한 채 검찰에 넘겨 ‘즉시 수사’의 길을 열어 줬다. 피의자 소재 불명 등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취하는 기소중지는 그 사유가 해소되면 수사 재기 절차가 필요한데, 이러한 번거로운 상황을 피하도록 해 준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검찰이 언제라도 박 대통령에게 대면조사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가 늦어도 13일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검찰이 당장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낮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민간인 신분이 되는 박 대통령이 더 이상 검찰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럴 경우, 곧바로 대선 정국이 시작돼 검찰이 박 대통령 조사에 나서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 당시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선 후까지 수사 유보’를 발표했던 전례를 검찰이 참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2~3개월 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선 후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해법이 되긴 어렵다. 검찰로선 또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특검의 기세를 이어 받는 게 수사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대통령 조사를 제외한 우 전 수석, 대기업 등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특검의 역할과 요구를 적극 이어받아 검찰의 위상을 특검과 동일한 수준에서 재정립하고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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