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을수록 생계비 등 소비 ↑, 노인 빈곤율도 5%P 낮출 것"
"미래 불안 심리에 오히려 저축, 투입 재원에 비해 효과 별로"
올해 여든 살인 김정국(가명)씨가 요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최대 화제거리는 단연 기초연금이다. 이전까지 월 9만9,1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던 김씨는 지난달 25일 2배 오른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았다. 혼자 살고 있는 김씨는 평소 정부 지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버는 월 2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저축해 놓은 돈으로 생계를 꾸려 왔지만 이 돈으로는 월 25만원 하는 방세 내기도 늘 빠듯했다. 김씨는 “10만원 여유가 생겼으니 가끔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전액(20만원)을 받게 된 배성용(72·가명)씨도 “친구들이랑 밥 먹거나 찻집에 한 번 가던 것을, 두 번 가게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지난달 25일 기초연금이 지급되면서 김씨나 배씨처럼 당장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은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만~20만원의 돈이 풀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내수 활성화와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기초연금 지급에 쓴 예산은 7,350억원으로 6월 기초노령연금 예산 3,500억원의 두 배다. 복지부는 이미 지급된 기초노령연금과 앞으로 지급될 기초연금으로만 올해 7조원 정도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득이 적을수록 소비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은 노인 중 소득 하위 40~50%는 생필품을 사는 등 대부분 생계비로 쓰고, 그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소득 하위 60~70%는 손자들에게 용돈으로 주는 등 직ㆍ간접적으로 소비에 쓸 것”이라며 “노인 빈곤율을 5%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실장도 “이론적으로 노인층은 보통 한계소비성향(늘어나는 소득 중 소비에 쓰는 비율)이 젊은층보다 크기 때문에 같은 돈이라도 노인에 뿌리면 소비가 더 커진다”며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저축을 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소비 규모도 커진다. 지난해 11월 KDI의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 소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가계소득이 1% 증가할 때마다 민간소비는 0.8~0.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되기 때문에 세대 내, 세대 간 소득재분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48.5%(2012년)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4%(2011년)의 4배에 달한다.
다만 노인들의 소득이 기초연금 덕에 늘어나는 만큼 노인들의 또 다른 소득원인 자녀들에게 받는 용돈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변수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송현주 국민연금연구원 패널조사팀 부연구위원의 ‘국민노후보장패널을 활용한 중고령자의 공적ㆍ사적 이전소득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되자 60세 이상 중고령자들의 소득 가운데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자녀가 주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보다 많아져 이를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기초연금액이 오른 만큼 부모에게 주는 용돈을 줄인다면 노인들의 가용소득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내수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입한 재원에 비해 기대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를 제외한 다른 연령층은 기초연금의 재원인 세금을 내야 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데다, 소득 하위 70% 중 기초생활비가 부족한 일부 노인들만 소비가 늘어난다면 의도했던 것만큼 소비 진작 효과가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도 “기초연금은 노인 가구의 경제력만 보고 소득 하위 70%를 선정한다”며 “지금 제도는 공공부조처럼 같이 사는 자녀 가구의 소득도 반영해 정말 어려운 사람 순서대로 지급 대상을 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돈을 들인 만큼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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