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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이 밀어붙인 '경제 검찰' 시장 혼란만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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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이 밀어붙인 '경제 검찰' 시장 혼란만 자초

입력
2016.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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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6개 은행의 CD금리 담합 사건에 대한 1차 전원회의 심의에서 공정위 관계자들이 은행 측 소명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6개 은행의 CD금리 담합 사건에 대한 1차 전원회의 심의에서 공정위 관계자들이 은행 측 소명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장 4년을 끌어왔던 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추정만 있을 뿐, 증거는 없다’는 허탈한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공정위는 “조사할 것도, 봐야 할 자료도 많았다. 면밀하게 검토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강변했지만, 결과적으로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담합을 추정하면서 시장의 혼란만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가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한 건 지난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행권의 제보가 있었고, 공정위가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정례 모임 메신저 등)를 잡았다는 얘기와 함께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리보 조작사건’(런던 금융시장 초단기 금리 조작 파문)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역대 최대의 담합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될 정도로 조사의 파장은 컸다.

하지만 4년에 걸친 공정위 조사로 사무처가 제시한 혐의 사실은 “CD금리가 시중 금리에 비해 높게 유지됐으며, 이를 위해 은행들이 메신저로 담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부였다. 조사 초기에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증거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 전직 공정위 간부는 “결과적으로 볼 때 공정위의 조사 능력이 없었다는 비판에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핵심 증거라고 내민 메신저 내용도 그나마 “CD금리 얘기가 산발적으로 있지만, 대화 내용으로 (담합을) 추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배척됐다.

전문성의 부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CD금리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고, 금융관련 전문성 보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높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단기자금수단인 CD금리를 장기채인 은행채와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심지어 조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사 담당자가 3번 교체가 된 것도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었던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현직 공정위원장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나 기자간담회 등 CD금리 담합 사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빠른 시간 내 처리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사안 처리를 질질 끌기만 했다. 노대래 전 위원장은 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거를 많이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처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몫이 됐다. 은행 측은 4년 동안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느라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대형로펌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했다. 심지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2월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송부 받은 후 추가적인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D 발행을 거의 중단하고, 만기 1년 이상인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고객 신뢰도 하락이라는 치명타를 입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으로서 입은 타격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 거냐”고 토로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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