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으로 한류를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콘텐츠 산업을 주무르는 미국의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월트디즈니)가 손을 잡았다. 콧대 높은 월트디즈니가 국내기획사와 협업에 나선 건 처음이다.
19일 SM과 월트디즈니 관계자에 따르면 양사 실무진은 올 여름부터 만나 방송과 영화 등에서의 업무 제휴를 논의해 왔다. 제휴의 큰 틀은 SM의 K팝 스타와 디즈니 콘텐츠의 결합이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이 그룹 엑소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만남이다. 월트디즈니코리아는 엑소 멤버 백현과 수호가 루카스필름을 방문한 영상을 18일 인터넷에 깜짝 공개했다. 루카스필름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이 1971년 설립한 월트디즈니 소속 영화 제작사다. 엑소는 12월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모티브로 한 신곡 ‘라이트세이버’를 지난 11일 발표했다. 당시 국내 팬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했지만 이 모든 것이 SM과 디즈니의 업무 제휴 아래 이뤄진 컬래버레이션이었던 것이다. 10년 만에 선보이는‘스타워즈 시리즈를 엑소라는 신세대 문화아이콘과 결합해 국내 10~20대 젊은 관객층의 관심을 끌려는 이 프로젝트는 올 여름부터 극비리에 추진됐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SM이 소속사 간판인 엑소를 내놓은 걸 보면 양사의 업무 제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라고 봤다. 월트디즈니는 미국 방송사 ABC에서 방송한 버라이어티쇼 ‘미키마우스클럽’의 국내 제작을 SM에 넘겼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을 배출한 이 프로그램의 국내판엔 SM 연습생 9명이 출연한다.
SM과 월트디즈니의 업무 제휴는 양사에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SM은 아시아에선 영향력이 크지만, 북미에선 상대적으로 힘을 못쓰고 있다”며 “세계적인 콘텐츠 브렌드인 월트디즈니와 손잡고 아시아 밖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M과의 제휴로 월트디즈니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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