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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이 정보 안 줘 직접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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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이 정보 안 줘 직접 방문했다"

입력
2015.07.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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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면 고려해 공동평가단 구성

초기 정보공개 안해 심리전도 실패

음압병상 1만명당 1개소 확보해야

WHO 진짜 방한 목적은 “메르스 정보 안주니 직접 가 봐야겠다”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초기 대응 전략이 실패하면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비난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에 평가단을 직접 보낸 것은 보건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WHO 전문가들이 메르스 조사를 위해 방한했을 때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이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 냈다. 그는 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메르스 현황 및 종합대책’을 주제로 열린 ‘제91회 한림원탁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WHO 평가단 방한이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 센터장은 현재 서울대에 재직하면서 국제 공중보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옆 나라(중국)까지 메르스가 번졌는데 한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직접 들여다봐야겠다”는 것이 WHO의 방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WHO가 자체 확보하고 있는 전문가가 많지만 굳이 우리와 평가단을 구성한 것은 그나마 한국의 국가 체면을 고려한 배려였다”고 전했다.

합동평가단은 국내 활동 종료 전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메르스 유행 규모가 크고 복잡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크고 복잡하다’는 건 정부가 잘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의 외교적 어법”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다른 학자들도 보건당국에 잇따라 쓴 소리를 쏟아냈다. 임상미생물 전문가인 이혁민 가톨릭관동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시약만 미리 준비됐다면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자체 검사를 시행해 초기부터 24시간 내 결과를 보고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이 제시한 검사 대상과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초기에 WHO를 통해 알려진 사례와 딱 맞는 환자만 골라 검사하는 식으로 검사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 바람에 여러 환자들의 확진이 늦었다”며 “까다로운 검체 채취 방법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대로 교육시켰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심리전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전파력이나 공기 감염, 지역사회 감염 등의 우려가 이미 알려진 뒤에도 정부가 정확한 사실을 즉각 전달하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되며 국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국내 감염내과학 창시자로 불리는 의학계 원로인 최강원 국군수도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대실패”라고 못박았다. 최 교수는 “감염원과 환자가 뒤섞이며 입원 대기실로 전락해 버린 응급실이 메르스 확산 주역이 됐다”며 “세계 일류 의료를 자랑하던 국내 병원들이 약점을 제대로 얻어맞았다”며 의료계의 책임을 지적했다.

학자들은 ‘제2의 메르스’를 막으려면 감염병을 치료, 관리할 수 있는 기반 시설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센터장은 “전국 시?도에 1인용 음압병상을 인구 1만명 당 적어도 1개소씩 확보하는 식으로 전 병상의 2.5%를 격리 치료가 가능하게 만들 것”을 제안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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