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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성각, 부실 이력서 내고도 콘텐츠진흥원장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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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성각, 부실 이력서 내고도 콘텐츠진흥원장 됐다

입력
2016.1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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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ㆍ업적란에 수기 2장만 기재

지원자 13명 중 서류 2위로 통과

면접은 3위 불과했지만 뽑혀

2014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초빙 공모 당시 송성각 전 원장이 자필로 적어 제출했던 지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14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초빙 공모 당시 송성각 전 원장이 자필로 적어 제출했던 지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광고업체를 협박해 지분을 강탈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수준 이하의 이력서를 내고도 원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영향을 미친 차원을 넘어 자격 미달 측근을 앉혔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셈이다.

11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콘텐츠진흥원장 공모 당시 송 전 원장의 이력서는 공모 마감 하루 전인 12월3일 다급하게 제출됐다. 송 전 원장은 수상 경력과 사회공헌, 주요 저서 및 논문 등을 기재하는 부분을 1차 서류 심사 지원자 13명 중 유일하게 수기(手記)로 2장만 기재했다. 경쟁자들이 3~4장에 걸쳐 전문분야에서 쌓은 업적을 빼곡하게 작성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직무수행 계획서에서는 ‘한국문화콘텐츠의 현안과 발전방향’을 설명하면서“경쟁에서 떠내려간 자만이 제발 날 좀 봐주세요! 어제까지 당신은 나를 좋아했잖아요! 하는 아날로그식의 감성적 접근으로 과거에 머물고 싶어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최근까지 일한 광고영상 제작업체 머큐리포스트와 관련해 2008년 10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를 지냈다고 기재했지만,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송 전 원장은 6년 동안 이력을 “이제야 비로소 앞도 뒤도, 위도 아래도 함께 볼 수 있는 균형과 통섭을 이루게 됐다”며 추상적으로 기술했을 뿐이다. 머큐리포스트는 차씨 유령회사로 알려진 엔박스에디트와 주소지가 일치해 사실상 차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송 전 원장은 그럼에도 지원자 13명 중 2위로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그는 8명이 응시한 면접 전형에서 3위를 기록했지만 차씨 은사인 김종덕(59) 전 문체부 장관에 의해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 송 전 원장은 부임 전 주변인들에게 “차은택이 장관 자리를 주기로 했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의원은 “차은택씨가 아니었다면 자필로 작성한 수준 이하의 이력서로 연간 3,000억원 예산을 다루는 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송 전 원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공직 임용의 경우 심사와 관련된 부분은 기밀 유지가 원칙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 전 원장은 콘텐츠진흥원장에 오른 뒤 사실상 차씨 해결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3월 포스코가 광고계열사인 포레카를 매각할 당시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됐던 C업체의 대표를 찾아가 협박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차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순실(60ㆍ구속)씨에게 송 전 원장을 비롯해 외삼촌인 김상률(56)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인사청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2014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초빙 공모 당시 송성각(오른쪽) 전 원장이 자필로 적어 제출했던 지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14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초빙 공모 당시 송성각(오른쪽) 전 원장이 자필로 적어 제출했던 지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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