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집에서 와사비(고추냉이)를 많이 넣어 한국인 골탕먹이기 및 비하 논란이 벌어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이번엔 외국인을 지목해 차별하는 듯한 전철방송이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일본 경제를 살려내는 마당에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일본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는 비판이 열도 내에서도 일고 있다.
11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오사카 도심인 난바(難波)와 간사이(關西)공항을 운행하는 난카이(南海)전철 소속 40대 승무원이 전날 낮 일본어로 “오늘은 외국인 승객이 많이 타 매우 혼잡합니다. 일본인 손님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는 차량방송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방송 사실은 전철 안에 있던 일본인 여성 승객이 회사측에 “사내규정에 정해진 대로 실시한 방송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회사측은 “승객을 일본인과 외국인으로 구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본인이나 외국인이나 모두 고객이다.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그러면서 “일본인 승객 1명이 차 안에서 ‘외국인이 많아 걸리적거린다’고 크게 떠드는 소리를 듣고 승무원이 승객 사이에 시비가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정규 안내방송 뒤 안내 멘트를 추가한 것이지 차별의도는 없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밝혔다. 난카이전철에 따르면 전동차 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큰 짐을 놓고 차지하는데 대한 불만이 다른 승객으로부터 전해진 경우는 있었지만 안내방송에서 직접 문제를 삼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사카를 찾는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이어서 한국인을 직접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오사카에서 최근 한국인 혐오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오사카의 한 초밥집에서 일본어를 못 알아듣는 한국인여행객이 주문하면 고추냉이를 듬뿍 넣은 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비웃어온 행각이 드러났다. 또 오사카의 한 버스회사는 한국인에게 판매한 티켓의 이름 난에 ‘김총’이라고 써 논란을 불렀다. ‘총’은 ‘조센진’이란 뜻이며 일제 강점기 이후 사실상 한국인에 대한 멸시의미로 쓰이고 있다.
주일오사카총영사관은 이에 오사카당국과 논의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가족 여행 차 일본을 방문한 14세 한국인 남학생이 5일 오후 10시쯤 오사카 유명 관광지인 도톤보리(道頓堀)에서 일본 청년에게 아무 이유 없이 발차기 공격을 당했다는 증언이 올라오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사카총영사관은 11일 홈페이지에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우리 국민의 피해가 접수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의 외국인 혐오는 사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계속돼왔다. 특히 1999년 도쿄도지사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 등 우익정치인들이 등장하면서 두드러졌다. 오사카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특히 한국인 혐오 사건은 자신감을 상실한 일본사회의 콤플렉스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