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목사 측 "명예훼손" 교인 고발
조만간 소환... 성추행 여부 조사
경찰이 상습 성추행 논란에도 목회 활동을 해온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현 홍대새교회 목사)를 조사할 방침이다. 당초 공소시효가 지나 피해자들이 전 목사를 신고하지 못한데다, 개신교단마저 징계를 포기하면서(본보 4일자 11면) 진실규명과 처벌이 물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홍대새교회 측이 진실규명을 요구한 교인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되려 전 목사의 성추행 여부가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앞서 홍대새교회 황모 목사 등은 지난해 말 전 목사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삼일교회 교인 등 14명을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들은 “전 목사가 악의적 비방에 할 말이 많았지만, 교회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볼 수 없어 억울한 마음을 뒤로 하고 교회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또 “삼일교회 측이 교인 감소 위기를 전 목사 공격으로 극복하려 한다”며 “악의적으로 허위를 담은 청원서를 노회에 제출했다”고 적었다.
4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최근 피고발인들에 대한 1차 소환 및 서면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당사자인 전 목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만큼 당사자인 전 목사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고, 적시 사실의 허위 여부도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형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실한 사실을 밝힌 경우(위법성 조각)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즉 성추행 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 사건 처리의 핵심잣대가 된다. 만약 전 목사가 소환 등을 거부하거나 홍대새교회가 고발을 취하할 경우엔 삼일교회 측이 무고 혐의로 고소할 수도 있다. 피고발인 측 법률대리인은 “무고죄 맞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교회 안팎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임원회의 전 목사 징계 포기에 대해 “비상식적 책임회피”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한 삼일교회 교인은 “양심과 소명이 아닌 힘과 정치에 의해 움직이며 대놓고 성추행 목사를 비호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목사라고 부를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이진오 더함공동체교회 목사는 “전 목사가 전체 교회의 도덕성 윤리성을 저하시키고 있는데도, 책임을 가진 교단은 핑계를 대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