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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은 무망한가

입력
2017.02.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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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발사한 ‘북극성-2형’은 여러 가지로 군사적 함의가 크다. 실패를 거듭했던 무수단미사일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전략무기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해상 발사에 사용하는 콜드 런치 방식을 지상발사 체계에 적용함으로써 발사체 손상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고체연료 사용으로 사전 탐지, 추적을 어렵게 하여 기습 발사 가능성을 높였고, 궤도식 이동발사체는 산악 위주의 작전환경을 감안한 기동성과 안정성을 보강하였다.

해상에서도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핵무기 탑재 가능한 안정된 미사일 체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군이 전략화하고 있는 킬체인이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군당국은 이러한 북한 미사일 체계의 발전 추세를 예상하여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마침 ‘힘을 통한 평화’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북한의 SLBM 위협을 제압할 수 있는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통상 ‘핵잠수함’으로 부르고 있으나, 원자력 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할 뿐 핵무기를 탑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자력추진잠수함’ 또는 ‘원자력 잠수함’(이하 원잠)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8월 24일 김정은이 “성공 중의 성공”이라고 평가한 SLBM 시험 발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2000톤급 고래급 잠수함에 핵탄두 한 발을 싣고 물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는데, 수직발사대 수를 늘려 여러 발의 핵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3000톤급 이상의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속속 관련 정보가 식별되고 있고, 이번 시험발사에서 보듯 확장성이 크고 예상보다 빨리 진척되고 있다.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인 디젤 잠수함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간 잠수가 가능하고 속도 면에서 월등한 ‘원잠’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원잠’은 소음이 심해 오히려 현재의 디젤 잠수함이 더 효과적이며 비용이 과다 소요될 수 있고 건조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는 등 투자 대비 실익이 적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건조되고 있는 ‘원잠’은 첨단 방진 마운트를 부착하여 디젤 잠수함 이상으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기동한다는 사실에 비춰 근거가 약하다. 또한 우리의 원전 능력은 세계적이므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하면 ‘한국형 원잠’을 독자적으로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 원자력계나 방산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미 글로벌 잠수함 시장은 기존의 디젤 방식에서 핵추진 잠수함으로 재편되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진입과 휘청거리고 있는 조선산업의 활성화에도 새 전기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미국과는 2015년에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상호협의에 의해 농축도 20%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자력의 비군사적 사용에 관한’이라는 조항이 여전하지만 핵무기 사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국이 반대할 명분도 떨어진다.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국제적으로도 20% 미만의 농축우라늄 사용은 원자력 사용과 관련한 국제적 규제(NPT, IAEA 등)에 위배 되지 않으며 투명하게 사용 시 상용으로 구입이 자유롭다.

당면한 위협 제거는 물론 통일 후 주변국들의 잠재적 위협까지를 고려하여 ‘한국형 원잠’은 추진할 가치가 충분하다. 김정은의 ‘광적 무모함’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고통을 주는 제재와 함께 공포와 두려움을 줄 수단을 가져야 한다. 결코 무망(無望)한 꿈이 아니라 우리가 개척해 나가야 할 길이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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