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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 혈액 공급 중단… 아픈 동물 수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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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 혈액 공급 중단… 아픈 동물 수혈 못한다

입력
2015.10.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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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공급사 한국동물혈액은행

"동물단체 등 사육장 무단 침입… 감염 우려 방역 조치후 공급 재개"

단체 대표 "합법적인 조사" 반박

지난달 서울 마포구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응급실에서 공혈견 혈액을 수혈받았던 쿠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서울 마포구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응급실에서 공혈견 혈액을 수혈받았던 쿠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동물병원에 유통되는 혈액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민간기업 한국동물혈액은행이 1일부터 방역 문제를 이유로 개와 고양이의 혈액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전국 3,900여 곳의 동물병원에서 당장 수혈이 필요한 동물들의 치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와 한국동물혈액은행에 따르면 동물혈액은행은 1일 오후부터 채혈 등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2일 동물병원들에 혈액 공급을 중단한다고 연락했다. 동물혈액은행은 “방역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언제 혈액 공급을 재개할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태의 발단은 수혈을 위한 공혈견(供血犬), 공혈묘(供血猫)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본보 9월 24일자 27면) 이후 동물단체 케어가 관리실태 조사를 요청하고 나선 것. 민원을 접수한 강원 고성군청 담당자와 농업기술센터 축산담당 수의사, 케어의 박소연 공동대표는 1일 오후 현장조사를 위해 고성군에 위치한 공혈견 사육장을 방문했으나 동물혈액은행이 공개를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은행 측 신고로 경찰과 보안업체가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모 방송사 기자들도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다. 이에 동물혈액은행측이 외부인 무단침입으로 방역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혈액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동물혈액은행과 케어측은 무단침입 여부 등을 놓고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동물의 보호 및 공중위생 실태 조사를 위해 동물 관리시설에 출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소연 대표는 이를 근거로 당시 담당 공무원과 동행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방역기구나 약품을 제공하면 필요한 방역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은행 측이 응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약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물혈액은행측은 박 대표와 방송사 기자들이 허락 없이 사육장에 들어온 것은 명백한 무단 침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측은 또 “(방송사 기자들이) 치료 중이거나 안정화가 필요한 예비 공혈견 등의 모습을 선별 촬영해 전체 공혈견인 양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힌 상태다.

박 대표는 당시 사육장에서 확인한 위생 실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약 300마리의 개가 있었는데 모두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장)에 갇혀 잔반을 먹고 있었다”며 “건강한 혈액을 채취해 공급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혈액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동물혈액은행 측은 방역 조치가 끝나는 대로 바로 혈액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치료용 혈액 공급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전국의 동물병원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2차 동물병원 수의사는 “동물혈액은행으로부터 2주간 혈액 공급이 중단된다고 들었다. 어제 주문해 오늘 받기로 한 혈액도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당장 수혈이 급한 동물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동물혈액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설에 문제가 발생해 전국적인 피해 확산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동물혈액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부실한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공혈견에 대하여

▶동물도 수혈을 받나: 개나 고양이도 사람처럼 혈액형도 있고, 응급 시에는 수혈을 받는다. 현재까지 밝혀진 개의 혈액형은 13종류인데, 개는 수혈 받기 전에는 항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첫 번째 수혈은 혈액형과 관계 없이 가능하다. 반면 고양이 혈액형은 3종류로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액형을 맞춰서 수혈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 수혈이 사람의 헌혈과 다른 것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피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공혈견를 두는 대학은 어디인가: 국내에선 서울대(대형견 5마리+은퇴견 2마리 거주), 경상대(중형견, 대형견 등 4마리) 등 일부 대학동물병원들이 직접 공혈견을 키우고 있지만 수혈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기견이었는데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대형견을 공혈견으로 활용하거나, 직접 공혈견으로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동물혈액은행은 어떤 곳: 국내 동물병원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혈액을 공급하는 곳은 한국동물혈액은행이다. 본지가 한국동물혈액은행에 방문 취재를 요청했지만 방역 문제로 공개는 힘들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2003년 세계2위 규모로 공혈견 육성 농장을 증축했고, 200여마리의 공혈견을 키우고 있으며 2011년부터 고양이 혈액도 공급한다고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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