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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양 옆 인도 위에서 시위를 하는데 몇 사람이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차도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뒤를 따랐고 그 넓은 종로 통이 순식간에 학생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1987년 6ㆍ10항쟁 당시 대학교 2학년생이던 회사원 양모(50)씨는 2일 기자가 들고 나온 흑백사진을 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번은 시청 앞에서 함께 시위를 하던 친구가 백골단(시위대 검거 담당 사복경찰)에 붙잡혔는데 그때 경찰이 친구의 머리를 헬멧으로 때리며 내뱉은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야 이놈들아, 너희들이 이런다고 이 땅에 민주화가 올 것 같아?'"
깊고 험한 굴곡을 거치느라 속도가 더디었을 뿐 이 땅에 민주화는 결국 오고야 말았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내며 민주화의 부분적 성공을 이룬 6ㆍ10항쟁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기나긴 투쟁의 서막이기도 했다.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 의식은 더욱 성숙해졌고, 2017년 국정농단으로 꺼져가던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촛불혁명의 바탕이 됐다.
6ㆍ10항쟁 30주년을 맞아 치열했던 저항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변화의 관성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30년 전 면모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곳곳에 들어선 고층건물과 널찍해진 도로, 훌쩍 커버린 가로수는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사진 속 경찰에 맞선 학생들의 결연한 표정 역시 이 도시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30년 전 그들이 학업과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던 이 땅의 민주주의는 이제 공기처럼 당연한 일상이 되어 흐르고 있다.
조심스럽게, 2017년 6월의 거리 풍경 위에 빛 바랜 흑백사진을 얹어보았다. 1987년 6월 26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흩어지는 ‘넥타이부대(거리 시위에 참가한 직장인들)’ 사진 너머로 휴대폰과 커피를 든 직장인들의 여유로운 점심시간이 펼쳐졌다. 19일간의 6ㆍ10항쟁 기간 내내 교투(교내 집회)와 가투(가두 시위)가 반복됐던 대학가에선 ‘독재타도’ 대신 ‘취업합격’을 염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을지로와 퇴계로, 종로 등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다니던 서울시내 주요 도로 위로는 무심한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로 소환된 민주화 투쟁의 험난했던 순간, 치열한 흔적들은 그 거리 그 장면 속에 머물며 새롭게 달라질 미래와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권도현 인턴기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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