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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표심은 ‘촛불’에 조응할까

입력
2017.04.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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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보수정당들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지 못해 과거 대선처럼 보수 대 진보의 구도라고 볼 수 없다. 중도 대 진보의 구도라고 보는 게 보다 논리적 정합성을 갖는다. 이는 경선 때까지의 얘기다. 선거는 돌고 돌아 결국 보수 대 진보의 진영 대결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화의 오류를 감수한다면 기득권과 보수층은 문재인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특히 이른바 보수의 적통이라는 대구ㆍ경북(TK)에서 문재인은 기피 후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TK뿐만이 아니라 보수층은 안철수에게 쏠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세대별로도 20ㆍ30대는 문재인, 50~60대 이상은 안철수로 확연하게 갈린다. 안철수 지지보다는 문재인 저지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선거도 이념·세대·지역의 대립 구도로 치러지는 양상이다.

‘친문 패권’과 ‘안보 불안’은 문재인을 괴롭히는 주홍글씨다. 중도와 보수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보수진영과 야당 내 비문그룹이 만든 프레임일 수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문 후보에겐 치명적이다. 결국 보수층의 기피와 ‘친문 패권’ 프레임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지지율에서 1,2위를 주고 받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안철수는 국민의당 대선 후보다. 국민의당은 호남 기반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 중도·보수를 견인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사실상 문재인은 진보의 대표 선수, 안철수는 보수의 대표 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현안에 대한 입장도 보수와 진보로 확연하게 갈린다. 야야(野野) 대결 구도가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합의쟁점을 둘러 싼 경쟁 측면이라도 있었던 박근혜와 문재인 대결 못지않게 진영논리가 치열한 아이러니를 본다.

문재인 안철수의 2강,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등 3약의 대선구도는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한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정치적 함의는 정권을 담지하는 지배계급의 교체다. 정권의 기반이었던 유권자의 교대도 포함된다. 또 다시 지배적 기득권에 포획된다면 미래는 없다. 야야 대결에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유력후보들의 방법론 차이일 뿐 ‘과거의 부조리한 적폐의 광정(匡正)과 이를 바탕으로 한 통합’이 대선을 관통하는 의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촛불에 의해 치러지는 촛불대선이다. 선거의 지배적 의제가 과거 청산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청산 없는 통합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일제와 권위주의 관행의 잔존은 물적 토대의 성장과 사회구성원의 행복이 등치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해방 이후 일제 청산은 무위에 그쳤고, 5ㆍ16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세력의 개발독재에서 정치적 배제는 일상화 되었다. 군부 정권은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정권은 재벌에 특혜를 부여하고 기업은 비자금으로 정치자금을 만들어줬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뿌리깊은 유착의 연원이다. 정통성의 위기에 직면한 정권은 안보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비판세력을 배제하고 억압했다. 경제성장과 안보논리는 군부정권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으나 12ㆍ12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산업화 시대의 기득권 동맹을 해체하지 못했다. 사회경제적 부조리는 관행화했다.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와 경제의 부도덕한 동거는 심화했고, 부패 고리는 깊어갔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헌정 농단의 역사적 배경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 ‘뿌리깊은 악’인 ‘적폐’에 대한 청산은 통합의 전제다. 과거에 대한 통찰과 역사인식 없는 통합은 언감생심이다. 선거정치에서 선거공학적 구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과거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생략된다면 지난 가을부터 혹한의 겨울밤을 밝힌 촛불은 또 다시 어둠을 밝힐 것이다. 조기대선을 가져온 촛불민심이 표심으로 연결될 것인가. 민심을 이기는 선거는 없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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