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으로 포도당 몸 밖 배출, 몸무게와 혈압까지 줄여
국내서도 포시가 등 4종 허가, 기존 DPP-4 억제제 대체 주목
학회 임상논문 수십편 쏟아져 / 저혈당 등 일부 부작용 사례도
새로운 당뇨병 약이 돌풍이 일으키고 있다.
현재 제2형 당뇨병 약으로 DPP(디펩티딜 펩티다제)-4 억제제가 주류이다. 그런데 새로운 메커니즘을 가진 SGLT(나트륨 포도당 공동 수용체)-2 억제제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몸무게와 혈압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74.7%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고, 54.6%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어 SGLT-2 억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비롯, 한국얀센의 ‘카나글리플로진’(미국 제품명 인보카나), 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릴리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아스텔라스제약의 '슈글렛정'(성분명 이프라글리플로진L-프롤린) 등 4종의 SGLT-2 억제제가 허가를 받았다.
또한 지난 15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제50회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도 SGLT-2 억제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다. SGLT-2 억제제의 유효성과 안정성에 대한 임상연구 논문이 수십 종이 쏟아져 나왔다.
혈당ㆍ체중ㆍ혈압 3마리 토끼 동시에 잡아
SGLT-2 억제제는 기존 당뇨병 약과는 전혀 다르다. 베타세포 및 인슐린과 관계없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콩팥은 포도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콩팥의 근위세뇨관에서 포도당 수용체인 SGLT-2가 에너지로 쓰고 남는 포도당을 하루 180g 정도 다시 흡수한다.
새로운 당뇨병 약인 SGLT-2 억제제는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이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소변으로 하루에 70g 정도(280㎉ 해당)의 포도당을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므로 혈당이 조절될 뿐만 아니라 몸무게와 혈압도 함께 떨어진다.
게다가 다른 당뇨병 약(혈당강하제)이나 인슐린과 병용하면 혈당 조절 효과도 뛰어나고, 인슐린 저항성의 발현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단계의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를 기존 당뇨병 약과 비교했을 때 메커니즘 차이가 있어 병용할 수 있다”며 “특히 SGLT-2 억제제는 임상연구에서 저혈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체중 감소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메트포르민 이후에 쓰이고 있는 DPP-4 억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이라며 “메트포르민+DPP-4 엑제제+SGLT-2 억제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당뇨병학회에서도 빅 이슈
제50회 EASD 연례 학술대회에서는 DPP-4 억제제 등의 기존 당뇨병 약과 비교한 SGLT-2 억제제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S. 델 프라토 이탈리아 피사대 당뇨병센터 교수는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으로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와 설폰요소제인 글리피자이드와 혈당강하 효과 및 지속력을 4년 동안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프라토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 814명에게 52주 동안 SGLT-2 억제제인 ‘포시가’를 투여한 결과, 글리피자이드와 비슷하게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를 낮추었다”며 “특히 포시가는 콩팥의 포도당 배출도 늘려 혈당을 낮췄다”고 했다.
G. 와이갠트 미국 프린스턴 BMS 당뇨병센터 박사 등은 “메타분석 결과, SGLT-2 억제제인 포시가의 당화혈색소와 최고 혈압(수축기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DPP-4 억제제, 티아졸리딘(TZD) 계열 당뇨병 약, 설포닐우레아(SU) 계열 당뇨병 약과 비슷했다”고 했다. 와이갠트 박사는 “특히 포시가 복용 그룹은 DPP-4 억제제 복용 그룹보다 몸무게가 2.24㎏ 정도 줄었다”고 했다.
이밖에 마티아스 블뤼어 독일 라이프치히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초 당뇨병 치료가 ‘DPP-4억제제+메트포르민’인데 이 조합이 내약성과 효과에서 좋다”며 “하지만 ‘SGLT-2 억제제(포시가)+메트포르민’ 요법을 쓰면 몸무게를 줄이는 새로운 이점이 있다”고 했다. 블뤼어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식이요법과 운동만 몸무게를 줄이기란 매우 어렵다”며 “포시가를 복용함으로써 몸무게를 3~4㎏ 줄여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SGLT-2 억제제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일본당뇨병학회는 지난달 29일 SGLT-2 억제제에 대한 기존 권고를 개정했다. 이 약이 저혈당, 중증 탈수, 뇌경색 등의 부작용 보고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SGLT-2 억제제가 요로와 생식기 감염 등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며, 다른 당뇨병 약과 같이 먹을 때 저혈당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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