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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 금감원장 사임, 채용비리 뿌리뽑는 전기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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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 금감원장 사임, 채용비리 뿌리뽑는 전기 삼길

입력
2018.03.12 19:4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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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12일 전격 사임했다. 지난 9일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이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만 해도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의혹과 달리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감원 내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규명에 들어갈 것”이라며 자체 조사를 통한 해명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리를 지키기엔 역부족임을 절감한 듯하다.

비리 의혹을 산 채용은 2013년에 이루어졌다.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던 최 원장은 대학 동기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얘길 듣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 지원자의 이름을 건넸다고 한다. 이에 관해 한 주간지는 최근 해당 지원자가 합격선 밑의 점수를 받고서도 조작을 통해 합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의혹에 대한 최 원장 측의 해명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웠다. 최 원장은 “당시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인사부에 (이름만)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점수 조작은 부인하면서도 “(당시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추천한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하나은행의 설명대로 최 원장이 인사담당 임원에게 이름을 전한 것이 지주 사장으로서의 추천이라면, 이후 채용과정 관여 여부와 관계없이 채용비리 혐의는 한결 뚜렷해진다. 지난 2월 1일 금감원 스스로 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혐의 22건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각 은행 내부 추천 케이스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금감원과 하나은행 간의 갈등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음모 여부보다 중요한 건 우리 사회의 채용비리가 현직 금융당국 수장까지 연루된 의혹으로 물러날 지경에 이른 현실이다.

최 원장의 퇴진은 채용비리 문제가 그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사례를 털고 끝낼 일이 아님을 확인시킨다.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과는 달리, 민간영역이라면 ‘음서’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공채를 공표하고 뒤로는 음서를 행한다면 수험생을 속이는 사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 고위층의 채용청탁 관행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당국의 수사가 한층 꼼꼼하고 엄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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