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훈련기 1000대 공급 사업
정부, 유력후보 T-50 지원 난항
38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이 30일 막이 오른다. 지난해 국내 업체의 방산수출 총액 34억9,000만달러(4조2,000억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을 앞세워 내년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내 정치상황이 유동적이어서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정부 소식통은 28일 “미 공군이 30일(현지시간) APT사업의 제안요청서(RFP)를 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안요청서는 훈련기에 대한 미 공군의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다. 이번 사업에는 T-50을 앞세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미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을 비롯해 미 보잉과 스웨덴 사브, 미 노스롭그루먼과 영국 BAE 시스템스 등 각국의 유력 기업들이 짝을 이뤄 뛰어든 상태다.
미 공군은 내년 말 최종사업자를 선정하면 2018년 개발에 착수해 2032년까지 양산을 마칠 계획이다. 미 공군과 해군 등에 훈련기 1,000대를 공급하고,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하면 3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T-50은 지난달 미 현지에서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쳐 경쟁자들보다 일단 우위에 서 있다. 우리 공군이 지난 10년간 운용해왔고, 이미 수출한 물량까지 합하면 100대가 넘어 성능이 검증된 항공기다.
다만 국내 사정이 변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방산업체로는 이례적으로 KAI를 찾아 미국 수출형 T-50 공개행사를 직접 챙기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탄핵 정국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투명해졌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이달 중순 미국을 찾아 공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T-50을 홍보하려다 탄핵안 가결 여파로 일정을 취소했다. 하성용 KAI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 6월 미 측과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데 그때 우리는 대선정국이 예상돼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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