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오너 일가 승계작업" 공격… 합볍비율 최소 1대 1.16 주장
삼성물산 "주가로 비율 결정은 합법, 기업의 장기적 이익 고려하라" 응수
재판부, 별도 심리일 잡지 않고 내달 1일까지 가처분 인용 여부 결정
“기업의 지속적, 장기적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악의적 주주권 행사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 한다.”
“삼성물산의 이익보다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려고 무리수를 뒀다. 주주들의 이해관계는 회사 이익과 별개인 것이 아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법정 대결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용대)는 19일 미국계 벌쳐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소집 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사건을 심리했다.
이 자리에서 양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엘리엇은 합병을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공격했고, 삼성은 기업 이익을 해치는 악의적 주주권 행사로 응수했다.
엘리엇측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는 시가만 8조원 규모이며 그룹 지배권까지 감안하면 가치가 상상 이상”이라며 “이를 따지지 않고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정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의 자산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면 합병비율이 최소 1 대 1.16에 이르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엘리엇 측은 “만약 삼성물산이 다른 기업과 합병할 때도 이렇게 하겠냐”며 “이번 합병은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여 합병결정이 무효”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자산가치를 반영한 합병 결정을 무효화한 대법원 판례도 있고, 주가가 자산가치의 3분의 1 수준인데도 합병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합병 비율을 주가로 정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며 법에 따르지 않으면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주장한 합병비율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이 제시한 합병비율 1대 1.16을 적용하면 삼성물산 주가는 10만원 이상, 제일모직 주가는 7만원 이하여야 한다”며“이를 충족하려면 삼성물산 역대 최고가와 제일모직 역대 최저가를 기다려야 하는데 여지껏 단 한번도 실현된 적 없는 비현실적 가격”이라고 응수했다.
여기서 삼성물산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엘리엇은 합병하면 큰 일 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합병에 어떤 불법성이 있고 합병 뒤 어떤 손해가 발생하는지 전혀 얘기하지 못한다”며 “엘리엇의 주장은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엘리엇측은 “그 주장 자체가 그룹 지배권이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의미한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합병 문제를 다루는 임시주주총회가 다음달 17일, 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 공고일이 다음달 2일인 점을 감안해 “별도 심리일을 잡지 않고 가처분 인용 여부를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장외에서도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여론전을 이어갔다. 엘리엇은 전날 공개한 홈페이지(www.fairdealforsct.com)에 여러 주장을 담은 영문 자료의 한글 번역본을 게재했다. 삼성물산도 홈페이지(www.samsungcnt.com)에 합병 관련 소식 안내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공개했다.
한편 한영회계법인은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산출하며 목적이 다른 법인 보고서를 무단 인용했다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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