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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험생들, 차가운 체육관 바닥서 ‘힘겨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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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험생들, 차가운 체육관 바닥서 ‘힘겨운 싸움’

입력
2017.11.17 1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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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스트레스 상당한데다

공부할 장소도 마땅찮아

학부모들 “아이는 괜찮다지만

수능 잘 볼 수 있을지 불안”

서울 등 다른 지역선 대체로 차분

“공부시간 더 주어져 기회될 수도”

수시 발표 기다리던 학생은

“대입 일정 어서 끝났으면…”

포항지진으로 2018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일주일 연기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진으로 2018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일주일 연기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 3학년 한 교실. 예정대로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면 친구들과 가채점 결과를 비교해 보느라 시끌벅적할 시간이었겠지만 교실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험장 형태로 배치된 좌석에 앉은 학생들은 마음을 다잡고 수험서 페이지를 넘기며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시계가 꼭 1주일 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시험 하루 전날인 15일 저녁 갑작스런 수능 연기 발표 이후 첫 등교일인 이날. 몹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겠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태도는 비교적 의연한 편이었다. 3학년 5반 김현재군은 “15일 밤에 친구가 ‘수능이 미뤄졌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서 ‘장난치지 말라’고 웃어 넘겼는데 뉴스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며 “그래도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당연히 연기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부할 시간이 1주일 더 주어졌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3학년 8반 노승호군은 “모의평가에서 틀렸던 문제를 다시 살펴보면서 문제 유형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어떤 친구들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했을 텐데 수능이 연기된 것도 어쩌면 이 친구들에게는 운이 따른 것”이라며 웃었다.

그래도 수시에 응시한 학생들은 1주일 연기가 몹시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연세대 행정학과 수시모집에 지원해 이날 최종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이승준군은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솔직히 많이 힘들다”며 “대입 일정이 어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했다.

급식이 준비되지 않은 경복고는 이날 4교시까지만 자율학습을 진행했다. 학교는 수능 일정에 맞춰 등록한 독서실 이용 기간이 만료된 학생들을 위해서 밤 11시까지 도서관을 개방하기로 했다.

단지 시간과의 싸움만 하면 되는 서울 등 다른 지역 수험생들과 달리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포항 지역 수험생들은 훨씬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이 더 주어졌다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데다 물리적으로 공부할 장소조차 마땅치 않은 탓이다.

지진으로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몸을 피한 이재민 가운데도 고3 학생 등 수험생이 적지 않다. 이들은 차가운 체육관 바닥에 앉아 책을 펼쳐봐야 하는 처지다.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정모(18)양의 어머니 이모(50)씨는 “아이가 숙식은 체육관에서 하고 대중목욕탕에서 씻은 뒤 학원에 가 시험 공부를 한다”며 “잘 먹고 잘 자도 실력 발휘가 안될 수 있는데 수백 명이 몰려 있는 체육관에서 생활하는데 컨디션 관리가 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머무는 학부모와 수험생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고3 아들을 둔 아버지 김세원(53)씨는 “집이 아파트 30층이라 불안한 마음에 집 밖 독서실을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이번 지진은 체감도가 커서 과연 시험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규모 5.4지진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 시민들이 대피해있는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품을 나르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규모 5.4지진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 시민들이 대피해있는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품을 나르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고사장이 포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이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원정 시험을 치른다는 것 또한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16일 밤 경북도교육청이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9명(90.1%)이 포항 지역 내에서 시험을 치르기를 희망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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