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갑질과 낙하산 행태가 또 다시 드러났다. 3일민주당 김영주 의원에 따르면 산은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남순환도로㈜ 등 민간 도로건설 및 발전사업체 4곳에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에 이르는 사업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출해줬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대출 당시 여신담당 부행장을 비롯한 다수 임직원들이 퇴직 후 해당 민간기업의 대표 또는 임원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은은 해당 기업들로 하여금 산은 직원들(행우회)이 100% 출자한 ㈜두레비즈에 도로 통행료 수납이나 경비 등 용역계약을 몰아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있다.
대우조선 부실경영을 비롯, 그 동안의 산은 비리는 주로 정책자금을 지원한 부실기업에 대한 임직원의 낙하산 인사, 또는 경영감독 부실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산은 비리가 각종 민간 대출에도 만연한 실태가 밝혀졌다. PF는 도로, 발전, 항만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건설사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을 말한다. 장래 수익성 등을 감안해 사업 자체를 담보로 대출해주고 장기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사업자로서는 대출 성사 여부가 사업 추진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산은의 PF 대출은 주로 건설 발전 사업에 대한 것들이었다. 강남순환도로㈜는 2008년 총사업비 1조2,320억 원 규모의 강남순환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했다. 2010년 포천파워㈜의 포천 복합화력발전사업에는 총사업비 1조2,365억 원이 투입됐다. 그 사업비 일부에 산은의 PF 대출이 이루어진 후, 이 모 전 산은 본부장은 강남순환도로㈜ 대표이사로, 박 모 전 산은 부장은 포천파워㈜ 상무로 각각 전직하는 등 산은 전직 임직원 5명이 민간 PF 대출기업 경영진 자리에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은행우회에 대한 수백 억 원대의 일감 몰아주기도 한심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두레비즈는 산은 관계사라지만, 사실 산은 임직원들의 상조회인 산은행우회의 사적 수익사업체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산은 임직원들은 낙하산 인사로도 모자라 산은을 팔아 제 뱃속 채우기까지 나선 셈이다. 국책 산은의 존재 이유는 단순 금융논리를 넘어 보다 장기적인 공익금융을 시행하기 위한 것이다. 관치(官治)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은 업무의 정당성에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산은이 갑질과 낙하산 비리에 빠져 오히려 공익을 해친다면 존재 가치가 없다. 구태에 찌든 산은 시스템의 대수술이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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