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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기자의 귀성기 “제주 하늘길, 이런 귀성전쟁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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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기자의 귀성기 “제주 하늘길, 이런 귀성전쟁은 처음”

입력
2017.10.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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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예매부터 관광객들과 전쟁

끝내 귀성 포기 제주댁 며느리도

추석 전전날 새벽 출발 비행기

골프ㆍ낚시 가방ㆍ하이킹 자전거

‘순수 귀성객은 나뿐인 건가…’

‘죄송합니다’ 지연ㆍ지연 또 지연

50분 지나서야 겨우 김포 이륙

추석연휴 사흘째인 지난 2일 김포공항 보안 검색대 입구가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포=정승임 기자
추석연휴 사흘째인 지난 2일 김포공항 보안 검색대 입구가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포=정승임 기자

“이ㆍ착륙중인 항공기가 많아 출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항공기는 대기 두 번째로 5분 내에 이륙합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항공사 직원 사과가 벌써 다섯번째. 항공기 연결을 이유로 탑승이 10분, 20분, 30분 지연될 때마다 연거푸 사과하더니 비행기에 타고 나서도 출발이 지연됐다. 연휴 사흘째인 2일에다 새벽시간인 오전 6시55분 비행기라 순조로운 출발을 기대했지만 280여석을 꽉 채운 비행기는 50분 늦은 오전 7시45분에야 김포 하늘을 날았다. ‘이러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나’하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여객기와 군용기가 충돌할 뻔한 사고로 제주공항 활주로가 일시 폐쇄돼 ‘김포→상공→김포(회항)→제주’ 루트로 출발 4시간 만에 제주에 도착했다는 지인 김모(30)씨 사연을 위안 삼기로 했다. 이날 오전 6시10분부터 110분간 김포를 출발한 여객기는 총 30대. 3분40초마다 1대씩 뜬 셈이다.

추석연휴 사흘째인 지난 2일 김포공항을 출발하는 여객기들. 이날 오전 6시10분부터 오전 8시까지 김포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만 30대에 이른다. 김포=정승임 기자
추석연휴 사흘째인 지난 2일 김포공항을 출발하는 여객기들. 이날 오전 6시10분부터 오전 8시까지 김포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만 30대에 이른다. 김포=정승임 기자

사상 최장 추석 연휴로 귀성ㆍ귀경 시기가 분산돼 편한 하늘길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한 달 전 항공권을 예약하면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귀성ㆍ귀경객 분산으로 넉넉히 남았을 티켓을 관광객들이 모두 차지, 연휴 내내 표가 없었던 것이다. 열흘 연휴를 쪼개 관광객 일부는 연휴 초반에 또 나머지는 막바지에 제주여행을 하는 탓에 평소 같으면 텅텅 비었을 명절 당일(4일)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조차 만석이었다. 틈 날 때마다 항공사 사이트를 무한 클릭한 덕분에 1석씩 취소되는 비행기표를 운 좋게 구했지만 남편과 함께 최소 2석을 확보해야 하는 제주댁 며느리 양모(32)씨는 결국 제주행을 포기했다.

추석을 이틀 앞둔 2일 김포공항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노란색 보자기로 싼 추석선물 꾸러미를 든 순수한 귀성객은 제주가 고향인 기자뿐이었다. 골프가방, 낚시가방, 하이킹용 자전거를 들고 공항에 나타난 관광객 앞에선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무인발급기도, 최근 대수를 늘린 보안검색대도 소용 없었다. 자전거 같은 대형수화물은 컨베이어벨트 대신 직원이 직접 운반해야 하기에 시간이 더 걸리고 항공기 출발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추석연휴 사흘째인 지난 2일 오전 제주공항이 짐을 찾기 위해 대기하는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제주=정승임 기자
추석연휴 사흘째인 지난 2일 오전 제주공항이 짐을 찾기 위해 대기하는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제주=정승임 기자

1시간 비행을 하고 도착한 제주공항도 정신이 없긴 마찬가지. 제주공항 관계자는 “한꺼번에 인파가 몰려 뒤엉키다 보니 도착한 승객을 출발 대합실로 안내한 일도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7일 귀경길은 더 이른 새벽 시간대로 잡았지만 붐비긴 매 한가지였다. 오전 5시 40분인데도 공항 입구에 차량들이 줄지어 섰고 평소라면 한가했을 대합실이 북적거렸다. 이른 시간(오전 6시40분)에 출발한 김포행 비행기는 만석이다.

제주도관광협회 등이 추산한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은 51만8,000여명. 제주도 인구(65만명)에 맞먹는 수치다. 하루 5만명이 제주를 빠져나간다고 가정해도 연휴 마지막날까지 귀경전쟁을 치러야 한다.

한편 연휴 막바지인 8일 인천공항 도착 승객은 11만6,056명으로 개항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여행객으로 인해 연휴기간 인천공항 일일 도착 승객은 연일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김포ㆍ제주=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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