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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ㆍ행복ㆍ유익...자사 미디어로 소통ㆍ교감의 창 넓히다

입력
2014.09.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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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업정보 나열 탈피

언론사 홈피 연상되는 콘텐츠로 누구나 관심 둘 화젯거리 찾아

네티즌과 교감하며 감동 끌어내

40여명의 작가ㆍ에디터들, 개성ㆍ품격 넘치는 콘텐츠 생산

고객의 쓴소리도 여과없이 전달

코카콜라는 중동 두바이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가족들에게 국제전화를 걸기에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을 알고 플라스틱 콜라병 뚜껑을 넣으면 3분간 전화가 가능한 '헬로 해피니스 전화박스'를 제작했다 이들은 콜라병 뚜껑 하나로 부담없이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행복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코카콜라 저니 웹 페이지 사진 캡처
코카콜라는 중동 두바이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가족들에게 국제전화를 걸기에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을 알고 플라스틱 콜라병 뚜껑을 넣으면 3분간 전화가 가능한 '헬로 해피니스 전화박스'를 제작했다 이들은 콜라병 뚜껑 하나로 부담없이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행복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코카콜라 저니 웹 페이지 사진 캡처

# 땡볕 열기로 이글거리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공사현장. 수천명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하루 일당 6달러를 받으며 힘겹게 일하고 있다. 이들은 “고향의 가족들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영원히 일할 수 있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래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크기만 하다. 한 40대 노동자는 “전화로 단 1분(91센트) 이라도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떠한 고통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할 것 같다”고 토로한다. 코카콜라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행복 찾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코카콜라 플라스틱 페트병 뚜껑 1개로 국제전화를 3분간 마음대로 걸 수 있는 공중전화 부스 4개를 특수 제작, 이들이 거주하는 집단 합숙소에 설치했다. 이들은 전화 부스에서 콜라병을 든 채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그리운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한 행복감에 젖어든다. 이 동영상 ‘헬로, 해피니스(http://www.coca-colacompany.com/coca-cola-hello-happiness-ytzla9txyxd8g )’는 지난 5월 말 유튜브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졌고, 조회수 270만을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됐다.

# 스코틀랜드의 한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청년 도니 맥길브레이(28)는 여자 친구 엘루아제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물건을 갖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코카콜라 병을 특별 제작해 주는 ‘코크 나누기(Share a Coke)’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자친구에게 줄 자신만의 메시지가 담긴 코카콜라를 만든 것이다. 도니는 여자친구의 이름과 청혼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엘루아제 나와 결혼해 줄래? (Beautiful Eloise Will You Marry Me?)”라고 적힌 6개의 콜라병과 반지, 꽃다발을 냉장고에 넣어 여자친구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했고, 결국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 이 사연이 코카콜라 페이스북(http://www.coca-colacompany.com/stories/shareacoke-marriage-proposal-goes-viral)을 통해 지난달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100만개가 넘는 ‘좋아요’와 1만5,000개가 넘는 축하 댓글을 기록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2012년 11월 “이제 회사 홈페이지와는 작별을 고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디지털 매거진 형식의 새 홈페이지‘코카콜라 저니(Journey)’의 탄생을 알렸다.

1980~90년대 코카콜라 사보였던 ‘저니’에서 유래된 이 디지털 잡지는 일방적 홍보용이었던 기존 홈페이지가 아닌,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다 보고듣고 싶어 하는 화젯거리를 찾아 영감과 감동을 전달해 주는, 그럼으로써 누구나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스토리텔링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이다. 이제 출범 2주년을 맞는‘코카콜라 저니’는 새로운 브랜드 저널리즘의 모델로 주목을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의 홈페이지가 웬만한 세계적인 언론사 웹사이트와 맞먹는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 저니’를 탄생시킨 나탈리 존슨 코카콜라 디지털 &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부문장은 국내 언론과는 처음으로 가진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카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오케이(O.K.)라는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 브랜드 스토리를 보다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개하고 싶었다”면서 “수백만개의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수백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 바로 코카콜라가 ‘저니’를 통해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니’의 글로벌 및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략 개발을 총괄하고 잇는 그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스토리에 대해 자유롭게 코멘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유와 참여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자신이 진정한 브랜드의 관리자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한눈에 봐도‘저니’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연상될 만큼 이미지 중심의 뉴스룸 웹사이트이다. 유형(인터뷰, 오피니언, 칼럼, 동영상, 블로그 포스트 등)별, 주제(브랜드, 비즈니스, 공동체, 엔터테인먼트, 환경, 건강, 역사, 혁신, 스포츠 등)별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화면이 크고, 화면 상단부터 스크롤돼 내려오는 역동적인 사진들, 방문자들을 다양한 기사, 비디오 및 사진 갤러리로 연결하는 등 디지털 미디어의 기능을 담고 있다. 물론 페이지 하단에는 기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섹션을 두고 있지만, ‘저니’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단순한 기업 정보를 나열하는 기업 웹사이트가 아니라 뉴스와 스토리가 담겨 있는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존슨 부문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콘텐츠는 액체 같이 스며드는 확산(liquid)과 연결(linked)이 목표”라며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창의적인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보여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영감을 얻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본인들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액체처럼 흐르게 해 공유와 참여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와 브랜드 및 소비자의 이익에 직접 연결되는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매거진 '코카콜라 저니' 홈페이지
디지털 매거진 '코카콜라 저니' 홈페이지

코카콜라의 저니는 분명 새로운 실험이었고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브랜드 저널리즘'이 자리 잡고 있다. 기사를 생산하고 편집해 확산하는 저널리즘 과정과 유사한 형식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전략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한다는 게 브랜드 저널리즘의 요체다. 뉴스의 신뢰성에 기반을 둔 브랜드 저널리즘은 소비자들에게 흥미로운 스토리로 다가가 다양한 소통과 교감을 유도한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맥도날드 글로벌최고마케팅담당자(CMO)인 래리 라이트가 2004년 뉴욕의 한 광고 콘퍼런스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그는 이를“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혜택과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해당 회사가 가치 있는 존재로 차별화될 수 있도록 동영상이나 블로그, 사진, 에세이 등 웹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국에선 코카콜라를 포함해 시스코와 SAP 등 많은 기업이 자신들만의 다양한 브랜드 저널리즘 형태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저니’의 뉴스룸 편집국을 둘러보면 이 같은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선다. 저널리즘 배경을 가진 40여명의 작가와 에디터들이 뉴스룸에 모여 매일 편집회의를 열며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기획회의도 열고 콘텐츠 구성 계획을 잡아 취재와 촬영을 진행한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품격 있고 개성 넘치며 공유가 많이 될 만한 2~3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지, 또 일반인들이 쉽게 읽고 공유하고 싶어하는 텍스트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 낸다. 존슨 부문장은 ‘저니’에 대해 "잡지나 뉴스 웹사이트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매일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문가 수준의 전담 필진 및 에디터팀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코크(Cokeㆍ코카콜라)에 대한 뉴스 취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기업의 디지털 콘텐츠가 저널리즘과 비슷해지면서 기업의 미디어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셈이다.

뉴스는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 등 필진들은 우선 기업 내부에서 소재 거리를 찾고, 이들이 풀어 내는 이야기들은 경영진의 귀에 거슬릴 정도로 객관성과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신문사나 방송사처럼 상당 정도의 편집권이 독립돼 있다는 얘기다. 특정 제품이 탄생하는 과정과 역사, 코카콜라 노동자의 이야기, 협력업체와 고객들의 쓴소리까지도 여과 없이 담아 누구나 교감하는 현실적이며 실제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존슨 부문장은 “ 내부 필진과 에디터, 점점 늘고 있는 전 세계 코카콜라 직원 기고가들 외에도 재능 있는 프리랜서와 기자 네트워크가 저니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들은 음식에서부터 여행, 혁신, 기업가정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최근엔 회사와 브랜드와 관련 없는 토픽들을 자유롭게 취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니’에는 지난해 350명 이상의 외부 필진들이 기고문을 게재했을 만큼 미디어 콘텐츠로서 면모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병마개 따개란 의미의 블로그 커뮤니티‘오프너’는 여행과 음식, 문화, 취업, 혁신 분야의 전문가들(일명 디지털 인플루언서)들이 만드는데,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도 널리 공유될 만큼 인기가 높다.

구직자들을 위한 커리어 섹션도 눈길을 끈다. 일반 기업 홈페이지의 채용 정보와는 달리 고위 경영진에서부터 일반 직원은 물론 인턴 사원에 이르기까지 생동감 넘치는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하는가 하면 직장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뉴스 르포처럼 소개하고 있다. 또‘커리어 발전을 위한 소셜미디어 활용법’,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면접 팁’ 등과 같은 구직가이드도 링크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함께 얻을 수 있다. 존슨 부문장은 “지난 한 해 총 1,219개의 스토리를 발행한 저니에 총 1,300만명이 방문했고, 한 스토리당 머무는 시간은 평균 4분 40초였다. 1만1,060개의 이미지와 6,800여개의 동영상이 저니를 통해 공유됐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기업이 코카콜라처럼 사내 뉴스룸을 만들어 홈페이지를 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저널리즘 감각과 업계에 대한 통찰력, 디지털에 대한 이해 모두를 갖춰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가 전하는 뉴스가 객관성이 있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그러나 전통적인 매체 광고와 화려한 광고 카피가 제1의 광고전략이었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형태의 홍보전략, 소비자접근전략이 불가피하며 그 방향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소통과 공유'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나탈리 존슨 코카콜라 디지털&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부문장
나탈리 존슨 코카콜라 디지털&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부문장

존슨 부문장은 기업 브랜드 저널리즘의 성공여부와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 매일매일 배워 가는 과정이다. ‘저니’의 편집 아젠다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방문 페이지 수에서부터 소셜 미디어 공유 수치, 독자들의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치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한다. 이들 데이터는 우리가 편집 방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커버해야 할 주제들을 스토리로 만들고, 사진과 영상, 그래픽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핵심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의 미래는 전적으로 소비자와 고객들의 몫이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코카콜라 저니’를 구성하는 3개 콘텐츠

ㆍ소비자 콘텐츠(Consumer Content)

코카콜라의 브랜드, 지속가능 경영, 웰빙, 혁신, 기술, 소셜미디어, 음악, 스포츠 및 코카콜라의 역사 등에 대한 스토리. 소비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공유되며 댓글이 달린다. 전체 ‘저니’ 콘텐츠의 75%를 차지.

ㆍ기업 콘텐츠(Corporate Content)

기업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성 콘텐츠. 투자자, 주주, 구직자 등 코카콜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회사가 주고자 하는 보도자료, 미국증권거래위원회 제출자료 및 기타 투자 정보, 취업 정보 등으로‘저니’ 콘텐츠의 약 15%를 차지.

ㆍ시즌 및 특별 이벤트 (Seasonal + Special Events)

계절적인 이슈 및 전세계적으로 임팩트 있는 실제 이벤트들에 대한 콘텐츠. 일례로 올림픽, FIFA월드컵, 크리스마스 등 많은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들. ‘저니’ 콘텐츠의 약 10%를 차지. 보다 심도 있고, 힘 있는 스토리들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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