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지지율 회복 여론조사 발표날
왕실은 반전 메시지 내보내
아베 독주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사회 우경화 바람에 경고장?
“전후(戰後) 70년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만… 항상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에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가 30일 일본 언론과 사전에 진행한 50번째 생일기념인터뷰에서 평화메시지를 발표했다. “나 자신은 전후 20년이 지나 태어났다”면서도 올해 조부인 쇼와(昭和) 일왕의 항복메시지 원본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에게 듣거나 서적을 읽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20대인 두 딸에게 “전후 70주년의 해를 계기로 삼아 전쟁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왕실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 일본사회에서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메시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 행보와 대비돼 여운을 낳고 있다. 왕실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불문율을 감안하면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의 발언은 상당히 강력한 표현이라 일본인들이 새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날 일본언론이 발표한 아베 내각 지지율은 다시 50%대(니혼게이자이신문 49%, 교도통신 48.3%)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왕실의 발언은 총리를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주고 있다. 아베는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전통적으로 인기가 가장 높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등을 제치고 역대 가장 높이 평가 받는 총재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일본사회의 우경화 쏠림에 경고로 들릴만한 왕실의 발언은 올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이 1월 신년소감에서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일본의 존재방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아베 총리와 일왕은 출생 유전자부터 다르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 내각의 각료였던데 반해, 만 3세 때 중일전쟁이 발발했던 아키히토 일왕은 왕궁을 떠나 도치기(?木)현에서 피난생활을 했다. 더욱이 패전 이후엔 5년간 미군 가정교사로부터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키히토 일왕은 1991년부터 ‘위령(慰靈)여행’을 시작해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들을 돌며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는 일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물론 멀리서 숨진 일본군병사들을 추모하는 것이지만 상대국의 위령비도 함께 참배하고 있다. 이런 행보가 불만인 총리실은 급기야 올해 4월 남태평양 팔라우 방문을 놓고 경호 등을 이유로 반대하기까지 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차대전 때도 왕실이 전쟁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왕실은 자녀들에게 평화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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