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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 기자

등록 : 2017.10.13 11:00
수정 : 2017.10.13 11:43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왜 하필 지금 떠나나

등록 : 2017.10.13 11:00
수정 : 2017.10.13 11:43

삼성전자 최고실적 기록한 날 용퇴

삼성 반도체 세계 1위 올린 일등 공신

‘삼성 대표’란 부담감인가,

앞장서 새 시대 열겠다는 책임감인가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행사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권오현(65) 부회장이 13일 자진사퇴를 선언하며 삼성은 물론 재계에 충격파가 몰아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세계 1위 ‘삼성 반도체 신화’의 선봉장이자 올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청와대 행사 등에 삼성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삼성의 얼굴’로 활동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 속에 최후의 버팀목이었던 전문경영인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갑자기 용퇴를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권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DS) 부문 사업책임자와 겸직중인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사내이사와 의장직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면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권 부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퇴를 고민해 왔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32년간 몸 담은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명목상으로는 후배들에게 새 길을 열어줘 한 차원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삼성이 총수 부재란 미증유의 위기상황이라 삼성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용퇴다. 권 부회장은 “곧 옥중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기로 했다”며 이 부회장의 의사와는 관계 없는 자의적 결정이란 것을 분명히 했다. 권 부회장은 아직 알리지 않은 이사진에게도 사퇴 결심을 전하고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의 대표란 과도한 중압감이 자진 사퇴의 한 가지 이유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권 부회장은 결과를 기약할 수 없는 이 부회장의 2심과 3심 선고 때까지 삼성이란 거대 글로벌 기업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에서 이례적으로 대표이사를 5년이나 맡은데다 1952년생으로 6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도 부담스러울 여지가 있다.

삼성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한 권 부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삼성 반도체의 세계 1위 등극을 실현했다. 그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한 이후 실패한 사업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과시했다. 직장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모두 이룬 셈이다. 정점을 찍었을 때 아무런 미련 없이 박수 받고 떠나고 싶은 심정일 수도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그룹 계열사 CEO 중 최고참으로서의 책임감에도 주목한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정체된 삼성의 조직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권 부회장이 물러나면 삼성 그룹의 최고경영진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진다.

권 부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가장 다급해진 것은 삼성전자다. 총수 부재로 미래 먹거리 창출 등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총수 대행 역할을 한 권 부회장까지 떠나면 경영 공백의 상처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본인의 결정이라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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