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교에 탄원서 후 징계 완화
‘법학 박사’ 허위학력 기재 의혹도
42년 전 여성 도장 위조… 혼인무효 판결
수필에선 여성의 몸 음식에 비유
“법무 장관 부적절” 여론 확산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69) 서울대 명예교수의 온갖 추문이 드러나고 있다. 영향력을 행사해 퇴학 위기의 아들을 구제했다는 의혹과 허위 학력 기재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또 상대방 모르게 일방적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법무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 후보자 아들은 2014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인 H고 2학년 재학 중 같은 학년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에 불러들이고 이를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가 적발돼 이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안 후보자는 당시 학교 학부모회 임원이던 부인 박숙련(55) 순천대 교수를 통해 당시 교장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교장은 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고, 원심대로 퇴학 처분을 주장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이듬해에 2주 동안 이성교제 전문가 상담 및 특별 교육을 받고 1주 간 자숙 기간을 갖는 수준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한 안 후보자가 학교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말들이 학교 안팎에서 나왔다.
허위 학력 사용 논란도 일고 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와 저서 등에 자신의 최종 학위를 ‘법학 박사’라고 기재해 왔지만 1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는 ‘Juris Doctor’(J.D.)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J.D.는 3년제 로스쿨을 졸업하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주는 학위다. 해외 박사학위 취득을 신고하도록 돼 있는 한국연구재단은 미국 J.D.는 신고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 측은 “미국의 학위 체계와 우리나라의 학위 체계가 다르고, 그 동안 J.D.는 법학 박사, 로스쿨 박사, 법무박사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어 오는 등 J.D.가 법학 박사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이번 요청안에는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J.D.로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안 후보자가 허위 학력을 기재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1975년 12월 친지 소개로 만나던 5세 연하 여성과의 혼인을 신고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당시 이 여성의 승낙을 받지 않고 그의 도장을 위조해 찍은 신고서를 접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듬해 서울가정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다 안 후보자의 호감도를 급격히 낮춘 왜곡된 여성관 표현이 또 돌출하면서 여성계가 등을 돌릴 전망이다. 2003년에 낸 수필 ‘맥주와 사색’에서 그는 여성의 신체를 음식에 비유하고 평가했다. 한 여성의 다리에 대해 “황동색으로 구운 허벅지는 영락없이 칼질을 기다리는 꼬치용 돈육을 연상시킨다”고 하거나 유럽에서 뜻밖에 만난 한 동양 여성에 대해 “작지만 당당한 가슴”을 보고 “숨이 막힐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인권위원장까지 지낸 안 후보자의 여성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힘을 받게 됐다.
안 후보자는 그간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거나 “사생활 관련 부분이어서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하다 이날 밤 늦게 16일 오전 서초동 법원청사 인근에서 입장 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가 제기된 모든 의혹과 논란에 대해 해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사청문회 대응이 쉽지 않은 점에 비춰 거취 표명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