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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ㆍ촛불시위… 프랑스 유명 잡지에 한국 특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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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ㆍ촛불시위… 프랑스 유명 잡지에 한국 특집호”

입력
2018.02.04 11:0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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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자맹 주아노 홍익대 교수가 기획

양국 지식인 13인의 기고 담아

“中ㆍ日에 가려진 복잡다단한 한국

佛 대중에 깊이있게 알리고 싶어”

벵자맹 주아노 교수는 “한국 사회를 보면서 프랑스 사회와 제 정체성도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 촛불시위에 관한 ‘크리티크’ 기고를 보완해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벵자맹 주아노 교수는 “한국 사회를 보면서 프랑스 사회와 제 정체성도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 촛불시위에 관한 ‘크리티크’ 기고를 보완해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1946년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가 창간한 ‘크리티크’는 관용으로 집약되는 프랑스 토론, 비평 문화를 상징하는 잡지다. 자크 데리다, 모리스 블랑쇼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세계정세 분석, 깊이 있는 신간 비평을 선보였다. 현재도 앙투완 콩파뇽 콜레드 주 프랑스 교수 등 석학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한다. 프랑스 지식인들의 필독서 ‘크리티크’ 2월호가 한국 특집을 다뤘다. 한 권 통틀어 오직 한국의 역사, 사상, 문화를 소개한 특집호는 프랑스와 한국 지식인 13인이 쓴 14편의 기고를 담았다. 특집을 기획한 이는 벵자맹 주아노(Benjamin Joinauㆍ48) 홍익대 불문과 교수. 문화인류학과 한국학을 전공한 그는 출판사 ‘아틀리에 데 까이에’를 설립해 한국 문화와 문학작품을 소개, 번역한 책을 출간하고 있다.

31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주아노 교수는 “내년이면 제 인생의 절반을 프랑스에서, 나머지 절반을 한국에서 산 셈이 된다. 한국의 복잡다단한 특성을 프랑스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리티크’가 한 국가만을 특집으로 싣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 기획 후 발간까지 7개월을 기다렸다.

주아노 교수가 처음 한국에 온 건 1994년.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군 입대 대신 해외 대체복무를 선택했고, 그렇게 근무하게 된 곳이 서초동에 있는 서울프랑스학교였다. 주아노 교수는 그 시절 한국을 경제부흥과 민주화를 갓 거친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회”였지만 동시에 “외국인이 살기에는 삶의 질이 좋지 않았던” 곳으로 기억했다. “서울은 자동차를 위한 도시 같았어요. 한국일보사 근처에 있는 남대문도 당시에는 도로 때문에 걸어서 갈 수 없었잖아요? 남대문 바로 앞에 설치된 설명문을 누구도 읽지 못했죠(웃음). 복잡하면서 재미있는 도시였어요.”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아마존 정글도 아닌, 동시대를 사는 강대국 한국이 프랑스와 진짜 다르다”는 점이었다. “제 전공이 그리스어, 라틴어, 고전문학 같은 현재와 시간이 멀리 떨어진 문명에 대한 연구였거든요. 한국은 동시대에도 공간에 따라 얼마나 문화가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곳이었죠.”

대체복무 2년이 지난 후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이해해야겠다”며 “조금 더” 머문 지가 올해로 22년째다. ‘그 동안 가장 변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아노 교수는 “저 자신”이라고 답했다. 홍대 불어불문과에서 회화 교수로 5년간 일했고, 프랑스 파리에 출판사를 설립해 한국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2000년부터 10여 년간 이태원에 프랑스 식당 ‘르 생텍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문화인류학, 한국학으로 전공을 바꿔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은 후 다시 홍대로 돌아간 게 2015년이다.

31일 벤자맹 주아노 홍익대 교수가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미소 인턴기자
31일 벤자맹 주아노 홍익대 교수가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미소 인턴기자

주아노 교수에 따르면, 작금의 한반도는 “한국과 북한, 디아스포라(해외 동포)까지 통칭하는” 복잡다단한 공간이지만 프랑스에서 한국 인지도는 “지도에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정도다. “K팝, K푸드, 한국 영화 같은 한류에 관심은 많지만 정보가 적어 한국에 대한 선입견조차 없는” 단계라고. 주아노 교수는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복잡다단한 한국의 특징을 알리는 2단계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크리티크’ 특집호에 이런 바람을 담뿍 담았다. 지난해 북한에 관한 800쪽짜리 저서를 펴낸 르몽드 도쿄 특파원 필립 퐁스의 북한 연구 논문에서 시작한 잡지는 최남선 작품을 통해 한국 근대성을 분석한 알랭 들리센 콜레주 드 프랑스 한국연구소 소장의 기고, ‘아파트 공화국’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한국 국경 연구 등이 실렸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가족주의와 압축현대성을, 이기성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 철학계의 비판적 시선을 담았다. 주아노 교수는 소설가 한강 인터뷰와 세월호, 촛불 시위에 관한 논문을 썼다. “‘크리티크’ 한국 특집호는 프랑스 대중이 한국 사회를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에피타이저’ 같은 책입니다. 일본, 중국에 가려진 ‘지금 한국의 모습’을 전하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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