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의당 끌여들여 ‘이이제이’
더민주, 중도와 선명성 선택 기로
국민의당, 양당 틈새 존재감 고민
국민의당이 4일 창당 후 처음 제3당 자격으로 본회의에 참석하면서 국회 운영이 기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여야 일대일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다자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 다자 구도 사례
다자 구도의 대표적 사례는 사상 첫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었던 13대 국회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군사 정권 견제론’이 힘을 발휘해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125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이 70석,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이 59석,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이 되면서 야 3당이 164석을 차지했다. 야 3당의 협공으로 5공비리 청문회가 열렸고, 민정당은 국회 운영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1990년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다자 구도는 사라졌다.
이후 ‘DJP 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킨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이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의원 3명 꿔주기’를 통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었다. 이 때는 겉으로는 3당 체제였지만 두 당이 사실상 공동 여당이었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는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18석)과 진보성향 창조한국당(2석)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 교섭단체를 꾸렸지만 양당의 어색한 동거는 이듬해인 2009년 9월 자유선진당 심대평 전 대표가 탈퇴서를 내면서 1년 만에 끝났다.
이번엔 다자 구도 안착될까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향후 선거구 획정이나 쟁점법안 협상 과정에서 주요 3당의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을 최대한 끌어 들이면서 더민주를 압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국민의당의 본회의 참가 결정을 추켜 세우는 동시에 더민주를 향해선 “더 이상 본회의를 무산시킬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부담이 되는 쪽은 더민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총선에서 야권 지지자들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이 국회 협상에서 더민주와 손을 잡기보다는 각을 세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더민주로서는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중도 진영 유권자 확보에 치중할지, 진보 성향 강화로 선명성을 강조할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이 걸어온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국민의당의 앞길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선 특단의 묘수를 발휘해야 한다. 일단 국민의당은 진보성향의 제1야당 더민주와 차별화를 위해 중도 진영을 근거지로 삼고 영역 확장을 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정적 국면에서 국민의당이 보수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 교수는 “국민의당이 차별화에만 신경을 쓰다 한상진 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같은 자충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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