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관련 6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법부가 도를 넘는 홍보에 매달리고 있다. 상고법원 설치 의지가 강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뜻에 따른 ‘사법부 총동원’ 양상으로,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을 하는 사법부에도 관료주의 물결이 몰아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빚고 있다.
부산고법은 최근 상고법원 설치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응답자의 85%가 필요성에 동감했다고 발표했다가 불공정한 여론조사 항목 때문에 일방적 여론몰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전주지법은 법원장이 전주시에 시내버스 정류장 정보제공 시스템을 통한 상고법원 홍보를 무료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한 법원장이 TV 퀴즈프로그램에 나와 고교생들에게 정답이 상고법원인 퀴즈를 내고, 대법원은 ‘법원의 날’공모전을 열어 상고법원을 소재로 한 응모작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적절성 논란을 불렀다. 그야말로 사법부 전체가 온통 ‘상고법원’ 담론에 매달린 듯한 모습이다.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국민 홍보에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판자인 사법부가 새로운 재판제도 도입 배경과 취지를 제대로 알리려면 그 내용 또한 공정해야 한다. 상고법원 도입은 사법부 내부와 법조계에서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 쟁점이다. 또한 제도 자체의 장단점도 보기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더구나 3심제와 법원 조직을 규정한 헌법에 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관 역할을 하는 상고법원 판사의 구성과 자격을 놓고도 숱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쏙 뺀 채 마치 상고법원이 상고심 제도개선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국민에 홍보하는 것은 어느 모로나 적절하지 못하다.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나 대법관 증원 문제 등에 대해서는 귀를 막은 채 사법부 수장의 뜻에 그대로 따르는 듯이 상고법원에 대해서만 이토록 열중하는 사법부의 일방주의적 자세는 실망스럽다. 아무리 상고법원 생각이 꿀떡 같더라도 사법부가 보다 진중하고 품위 있는 자세를 보이길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