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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관세율 15%로 오르면 한국 31만명 일자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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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관세율 15%로 오르면 한국 31만명 일자리 사라진다

입력
2018.03.26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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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통상분쟁으로 관세율 꿈틀

일자리 타격에 성장률도 1.2%P↓

한국의 중국 수출품 80%가 중간재

미국 무역장벽 따라 덩달아 피해

미국이 중국산 IT∙전자제품 공격땐

수출효자 반도체는 직격탄

양대 강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두 나라를 가장 큰 수출국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두 나라의 통상 분쟁이 전세계적인 교역 축소로 번질 경우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5% 수준인 글로벌 관세율이 15% 수준으로 인상되면 우리나라에서 3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에 턱걸이하고 있는 성장률도 1.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해 “미국 등 외국 기업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아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전날 중국산 수입품 1,300여 종에 대해 관세율 최고 25%, 금액으로는 500억달러(54조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도 미국산 철강, 돼지고기 등에 즉각 15~25%의 관세(30억달러)를 매기며 맞대응한 상황이다.

미중 통상갈등은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는 우리나라의 1, 2위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량에서 두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24.6%, 미국 12.1%로 총 36.7%(2017년 기준)에 이른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중국에 파는 상품의 78.9%는 중간재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 장벽을 높이면 우리도 덩달아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미국이 시장 관측대로 중국산 정보기술(IT) 및 전자제품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경우 우리 수출의 효자 종목인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394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도 넘는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중국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혁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조치 확대는 이를 지지하는 미국 내 이익집단과 재선 승리를 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여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철강ㆍ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처럼 대상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조치에 나설 경우 ‘전세계적 관세 인상 경쟁 → 글로벌 교역량 감소 → 한국 수출 및 성장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5일 보고서에서 현재 4.8% 수준인 국제 평균 관세율이 10%로 높아질 경우 국내 수출이 173억달러, 15%로 높아지면 339억달러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총 수출액의 12%, 24%에 달하는 수치다. 연구원은 또 관세율이 15%로 인상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 고용은 31만1,000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천구 연구위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 자국통화 가치하락, 수입제한 조치 등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경제적 악영향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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