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은 핵심이 빠진 소극적 미조정에 가깝다. 물론 작년에 이어 주요 목표로 설정된 경제활성화는 당연하고 절실하다. 엔저(低)와 중국 저성장, 유럽 불안에 메르스까지 겹쳐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세제를 통한 경기회복 지원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안간힘을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반면 재정의 구조적 확충방안은 피해간 인상이 짙다. 부자 소득세 증세나 근로소득세 면제자 축소 등 합리적 제안까지 외면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안 중 ‘청년고용 증대세제’는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을 동시에 겨냥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고용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중소ㆍ중견기업에 1인당 500만원(대기업 250만원)의 파격적 세액공제를 준다는 게 골자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3년 간 3만5,000명의 청년고용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 진작을 위한 세제도 마련됐다.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을 1년 간 50%로 높이고, 대형 가전제품 및 고가 사치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거나 부과 기준액을 높인 것도 만성적 부진에 빠진 소비를 자극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 관련 세제는 중산층 자산형성과 금융시장 발전을 함께 겨냥했다. 당초 부자감세 우려를 낳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운용 소득에 대한 면세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최상위 부자의 가입을 제한하고 만기 소득 200만원에 대해서만 비과세 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운용 수익을 환매 때 일괄 과세키로 한 펀드 과세체계 변경도 장기 펀드투자 등을 활성화 할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정 확충방안의 결여다. 복지 확대 등으로 재정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정적자와 세수결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수결손만 해도 2012년 2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10조9,000억 원에 이를 때까지 3년 연속 이어졌고, 올해도 줄잡아 3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전의 ‘각종 비과세 감면 정비’라는 땜질처방만 되풀이 했다. 그것만으로도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이 연간 1조892억 원 늘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구조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부자 소득세 인상론이 나오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서둘러 “소득세 증세 불가방침 변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런 분위기에선 기재부도 쥐어짜기식 세수증대책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당의 증세 불가론이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대한 집착인지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석인지 알 수 없으나, 향후 국회의 세법개정안 논의에서 보다 진전된 방안이 나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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