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의 폐로 결정은 앞으로 국내 원전 폐로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가 확보한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원전 폐로 산업은 2050년 세계 시장이 1,000조원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아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전세계 많은 원전들이 현재 정지 상태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체해야 할 낡은 원전들이 많아 폐로 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비용은 6,114억원이다. 약 4,000명의 고용효과 등 해체시 유발되는 경제효과를 감안하면 7,751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국내 폐로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의 폐로 기술 역량은 선진국 대비 70% 수준으로, 38개 주요 기술 가운데 21개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2030년 이후 본격화될 전세계 원전 해체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리도 장기적 안목에서 핵심기술 개발과 해체경험 축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고리 1호기 폐로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원전 해체 기술을 갖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업체들이 우리나라를 오가며 원자력 관계자들과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해체 원전들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원전 해체 시장의 핵심기술을 개발할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신청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해체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폐로 기술을 확보한 뒤 국내 기술진에게 맡길 지, 빠르고 안전한 일 처리를 위해 경험 많은 외국 업체에게 의뢰할 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래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리 힘으로 해체하기를 원하지만 한수원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국산 기술만 고집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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